(사진=Don't Steal This Book)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림피아 런던 전시장에서 열린 '런던 북 페어'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이 책을 훔치지 마세요(Don't Steal This Book)'라는 제목의 책 1000여권이 현장을 찾은 방문객과 출판 관계자 등에 배포된 것입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목만큼 특이한 것은 이 책은 아무 내용도 없는 백지상태라는 것입니다. 1만명에 달하는 작가 명단만 적혀있습니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나를 보내지 마' '남아 있는 나날' 등의 저자인 카즈오 이시구로와 그래픽 노블의 전설로 불리는 '왓치맨' 'V 포 벤데타'의 작가 앨런 무어를 비롯해 '목요일 살인 클럽'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겸 방송인 리처드 오스만,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인기 그래픽 노블 '하트스토퍼'의 저자 앨리스 오스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도 필리파 그레고리, 믹 헤런, 앤 클리브스, 자넷 윈터슨, 말로리 블랙맨, 제프리 아처, 에릭 아이들 등 영미권 대표 작가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등을 영문으로 번역해 부커상 후보에 오른 유명 번역가이자 작가 안톤 허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책은 AI 기업들이 작가의 허락이나 정당한 대가 지불 없이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항의하려는 의도로 제작됐습니다.
공식 사이트
에서는 참여 작가를 계속 접수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행사에 맞춰 추가 배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판매용은 아닙니다.
특히 영국 정부가 18일 저작권법 개정안의 경제적 영향과 협의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에 맞춰 배포됐습니다. 영국은 지난해까지 AI 기업이 일단 저작권물을 AI 학습에 사용하고, 창작자가 거부 의사(Opt-out)를 밝힐 때만 제외해 주는 방식을 채택하려다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폴 매카트니와 엘튼 존, 두아 리파, 콜드플레이 등 유명 가수와 배우 휴 그랜트,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 등
400명이 넘는 아티스트
들이 영국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이후 영국 정부는 옵트 아웃 방식을 추진했던 것이 실수라고 사실상 시인하며, 현재는 창작자가 허락해야만 저작권물을 사용하는 옵트인(Opt-in)이나 라이선스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검토 중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옵트 아웃 조항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은 AI 기업들의 자국 유치와 소송 리스크를 피해 떠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작권법 완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창작 산업은 연간 1460억파운드(약 290조원)를 창출하는 영국 경제의 큰 축으로, 아티스트들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아 창작 의욕이 꺾이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하락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이번 책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침묵 시위는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2월에는 영국 가수 1000명도 이번 내용 없는 책과 비슷하게 노래가 없는 앨범을 내 화제가 됐습니다.
1000 UK 아티스트(1000 UK Artists)
라는 이름으로, 빈 스튜디오나 공연장의 소음을 모아 만든 것입니다.
이 앨범에는 케이트 부시와 애니 레녹스, 이모젠 힙, 빌리 오션, 더 클래시, 캣 스티븐스 등 중견 팝가수와 한스 짐머와 맥스 리히터와 토마스 휘이트 존스 등 유명 음악가 등이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진=Is This What We Want)
책이나 앨범 모두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확실합니다. 저작권을 무시하면 결국 아티스트들은 사라지고, 앞으로는 빈 책이나 소음만을 접하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이 책의 기획자인 작곡가 겸 예술가 저작권 보호 운동가인
에드 뉴턴-렉스
는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I 산업은 허가나 대가 없이 도용된 작품 위에 세워졌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것은 피해자가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가 아니다. 생성 AI는 학습에 사용된 창작물을 만든 사람들과 경쟁하며 그들의 생계를 빼앗는다"라며 "정부는 창작자들을 보호해야 하며, AI 기업의 창작물 도용을 합법화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이른바 '공정 사용(Fair-Use)'으로 인한 저작권 예외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에는 앤트로픽이 작가들과의 집단 소송에서 1
5억달러(약 2조2480억원)에 달하는 합의금
을 물게 됐지만, 이는 불법 해적 파일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반대로, 앤트로픽이 중고 책을 구입해 스캔하고 이를 모델 학습에 사용한 것은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잘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노력"으로 평가됐습니다.
이처럼 미국 법원은 AI의 저작물 학습이 창작 요소가 아닌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이며, 원본의 시장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공정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일련의 소송에서 법원은 저작권자들이 모델 학습으로 인한 수익 손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국에서 등장할 저작권법 개정안은 추후 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AI 모델 학습 용도에 대한 명문화된 첫 법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인간의 창의성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며, 신뢰할 수 있고, 혁신을 촉진하는 저작권 제도를 원한다. 이 문제에 대해 창작 분야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며, 18일까지 의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말 주요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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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R이 국내 AI 도입의 핵심이 된 이유..."빠르고 직접적인 결과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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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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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AI 투자 여파로 직원 20% 해고 검토...역대 최다 1만6000명
메타가 막대한 AI 투자에 따라 인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차기 모델 '아보카도'의 성능 문제로 출시가 미뤄졌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라 메타도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입니다.
AI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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