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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월 수출 861억달러…반도체가 끌어올린 '착시 호황' [중동 전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단기 충격은 피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소재·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수출 실적만 보면...

3월 수출 861억달러…반도체가 끌어올린 '착시 호황' [중동 전쟁]

해운 운임·에너지·원자재비 3중 부담…자동차·조선·반도체 희비 엇갈려

반도체가 끌어올린 '수출 호조'…현장에선 운임·원자재비가 이익 잠식

3월 한국 수출은 861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처음으로 8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역대 최대 호황'이다. 반도체 수출이 150% 넘게 늘어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부담 요인도 함께 쌓이고 있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부분은 물류비다.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 이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쟁 전보다 20% 이상 올라 1700선을 다시 넘었다. SCFI는 중국 상하이 출발 컨테이너선 운임을 집계한 대표 지수다. 유조선 운임 지수도 50% 넘게 뛰었다. 수출 기업들이 케이프오브굿호프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대비 운임이 크게 늘고, 운송 기간은 3~5일 길어진다. TV·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을 배로 옮기는 기업일수록 부담이 크다.

업종별 온도차도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을 경유하는 유럽·북아프리카 수출 물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3월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2%대 초반에 그쳤다. 유가 상승과 물류비 인상, 현지 수요 둔화가 겹친 결과다. 반대로 조선업은 LNG 운반선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 LNG 수출 차질로 미국산 LNG 수요가 늘면서, 미국 프로젝트에 강점을 가진 한국 조선사의 문의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방산 업계도 중동·유럽 중심으로 추가 수출 기회를 모색 중이다.

반도체는 수출 실적만 보면 호조다.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액이 전년보다 150% 넘게 늘었다. 다만 공급망 리스크는 남아 있다. 카타르 LNG 생산 차질로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헬륨 공급이 전 세계 기준 3분의 1가량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단기 충격은 피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소재·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수출 실적만 보면 호황이지만, 비용 구조와 공급망 안정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 수출 경제는 '수출액은 사상 최대, 수익성은 압박'이라는 이중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겉으로는 호황을 만들고 있지만, 안쪽에서는 에너지·물류·원자재 비용이 조용히 이익률을 잠식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 간극은 더 커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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