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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시간 더 날았을 뿐인데"··· 중동 분쟁에 항공업 '붕괴 임계점'

반도체, 의약품, 정밀 부품 등 시간 민감도가 높은 산업은 항공 운송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운송비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납기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3시간 더 날았을 뿐인데"··· 중동 분쟁에 항공업 '붕괴 임계점'

항로 봉쇄·우회 운항에 연료·보험 25% 급등

항공 네트워크 전제 붕괴··· 장거리 전략 전면 수정

“운임 인상으로도 못 버틴다”··· 고정비 구조에 직격탄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항공 산업이 단순한 실적 악화를 넘어 구조 붕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항공 산업이 단순한 실적 악화를 넘어 구조 붕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주요 항로 차단으로 비행시간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연료비와 보험료가 동시에 폭등하면서 항공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한계를 빠르게 넘어서고 있다. 항로 자체가 막히면서 항공 네트워크의 전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비용, 운임, 노선 전략 전반으로 연쇄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이 환율 상승·유가·지정학 리스크 국면에 들어서 운임 인상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희망봉으로, 북극으로··· 벼랑 끝에 몰린 우회 항로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동과 인접 지역 영공은 폐쇄되거나 고위험 구역으로 분류돼 사실상 정상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다. 유럽-아시아를 잇는 기존 최단 항로는 대부분 차단됐다. 항공사들은 아프리카 남단을 도는 희망봉 항로나 북극 항로를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행시간은 평균 2.5~4시간 늘어났다. 장거리 노선일수록 영향은 더 크다. 문제는 이 증가분이 단순한 시간 손실이 아니라 비용 구조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비행시간 증가에 따라 연료 소모량은 기존 대비 20~25% 급증했다. 항공기 특성상 일정 구간 이상에서는 연료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추가 운항 시간은 그대로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전쟁 위험 지역 인접 운항에 따른 보험 할증이 붙으면서 보험료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연료비와 보험료는 항공사 비용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항목인데 두 요소가 동시에 20% 이상 상승한 상황은 과거에도 사례가 드물다”며 “현재 일부 장거리 노선은 승객을 태우고도 손실이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에어프랑스-KLM 마틴에어 카고_보잉 B747-400 화물기./에어프랑스 제공

항공사 대응 한계··· “당분간 버텨보자”

항공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에어인디아는 미국 노선에서 연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경유 기술 착륙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운항 시간 증가와 공항 이용료, 지상 조업 비용 상승을 동시에 초래한다.

유럽 주요 항공사들도 중동 경유 노선을 줄이고 직항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역시 비용 부담을 키우는 선택이다. 직항은 거리 증가로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장거리 운항을 위해 추가 기재 투입이 필요해진다. 기재 회전율은 떨어지고 인건비와 정비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

결국 항공사들은 비용 증가를 상쇄할 방법 없이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운임 인상으로 일부를 전가하고 있지만 수요 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가격 인상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대한항공 B787-10./대한항공 제공

국내 항공사도 직격탄··· 장거리 전략 흔들린다

국내 항공사들도 이번 사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럽 노선 비중이 높은 만큼 우회 항로 적용에 따른 비용 증가를 직접적으로 떠안고 있다.

인천-유럽 노선은 기존 중동 경유 대신 북극 항로나 아프리카 우회 노선을 활용하면서 비행시간이 최대 3시간 이상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장거리 기재 운영 효율도 빠르게 저하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대형 기재 중심의 운용 구조로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있지만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화물 사업이 일부 방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객 부문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직접적인 유럽 노선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국제선 전반의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가 겹치며 간접 타격을 받고 있다. 동남아·일본 노선에서도 운임 인상 압박과 수요 변동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중동 허브’ 모델 붕괴··· 유럽 항공사 구조적 위기

최근 한 달간 유럽 주요 항공사 시가총액이 약 459억유로(약 79조원) 증발했다. 단기 실적 부진을 넘어 구조적 수익성 훼손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장거리 노선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일수록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문제는 비용 구조다. 항공기 리스, 정비,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매출 둔화나 비용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노선 조정을 넘어 구조조정 압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중동 허브 기반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의 균열이다. 두바이·도하 등 핵심 경유지의 안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항공사들은 중동 회피 노선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 경로는 비효율이 불가피하다. 극지 항로나 장거리 직항 확대는 운항 거리와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허브 중심의 고효율 환승 모델이 흔들리면서 항공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한 단계 상향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항공 운임 상승은 여객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 화물 운임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반도체, 의약품, 정밀 부품 등 시간 민감도가 높은 산업은 항공 운송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운송비 상승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납기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항공 물류 차질은 생산 일정 전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한다.

일부 기업들은 해상 운송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다. 다만 운송 시간이 길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비용·고효율 구조 한계 드러나”

이번 사태는 항공 산업이 지난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저비용·고효율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단 항로를 전제로 설계된 노선과 비용 구조는 지정학적 변수 앞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들은 지금까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 왔다.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오히려 그 구조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연료 조달, 보험 계약, 노선 설계 등 모든 요소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업계 한 전문가는 “중동 전쟁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군사 충돌이 아니라 글로벌 항공망의 기반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비행시간 몇 시간의 증가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항공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를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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