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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년째 지지부진' 티빙·웨이브 합병, KT 수장 교체로 급물살 탈까

KT를 제외한 티빙의 다른 주요 주주인 에스엘엘(SLL)중앙, 네이버, 사모펀드(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는 모두 합병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반대' 고수하던 KT, 박윤영 체제 출범으로 기류 변화 티빙...

'3년째 지지부진' 티빙·웨이브 합병, KT 수장 교체로 급물살 탈까

웨이브, 신임 대표에 '합병 실무통' 이양기 CJ ENM TF장 선임

'합병 반대' KT, 박윤영 체제 출범·미디어 축소로 기류 변화

점유율 40% 장악한 넷플릭스…업계 "시장 잠식 막을 골든타임"

티빙, 웨이브 로고. 사진=각사 제공

3년간 지지부진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합병 실무를 주도해 온 인물이 웨이브 신임 수장에 오르고, 합병의 열쇠를 쥔 KT 역시 새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간 멈춰있던 논의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넷플릭스의 독주를 저지할 '거대 토종 OTT'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웨이브 새 수장에 '합병 실무통'...사전 작업 속도

8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지난 2일 이양기 CJ ENM OTT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CJ ENM 사업관리담당과 티빙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거친 미디어·재무 전략 전문가로, 양사의 재무 구조와 콘텐츠 수급 현황에 두루 정통한 인물이다.

특히 이 대표는 웨이브와 티빙의 결합상품, 광고요금제(AVOD) 출시 등을 주도하며 합병 준비 작업을 물밑에서 이끌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직후에는 "합병을 추진 중인 웨이브와 티빙 간 시너지를 창출해 이용자에게 최상의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합병 완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표 교체를 본격적인 합병에 앞선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존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지배력 상실로 웨이브를 자회사에서 제외함에 따라, 현재 웨이브는 CJ ENM의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이미 이사회 과반 임명권을 확보한 CJ ENM이 신임 대표까지 자사 출신 인사로 교체하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움직임은 3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양사는 2023년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후 두 플랫폼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더블이용권' 등 결합상품을 선보이며 협력 모델을 구체화했고, 지난달에는 양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서로 교환하는 등 실질적인 협업도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합병 본계약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KT 계열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CJ ENM이 KT와 맺은 주주간 계약상 합병 등 중요 결정 사항은 반드시 KT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KT를 제외한 티빙의 다른 주요 주주인 에스엘엘(SLL)중앙, 네이버, 사모펀드(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는 모두 합병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반대' 고수하던 KT, 박윤영 체제 출범으로 기류 변화

티빙·웨이브 지분 구조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구글 제미나이

KT가 그동안 합병에 유보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합병 법인 내 영향력 축소 우려다. 웨이브의 최대 주주가 SK스퀘어인 상황에서, KT가 통합 이후에도 티빙에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존 유료방송 사업에 미칠 타격이다. 인터넷TV(IPTV)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는 합병으로 인한 대형 토종 OTT 출범이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KT 경영진도 그동안 합병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김채희 전 KT 미디어부문장은 지난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티빙·웨이브 합병과 관련해 "웨이브와의 합병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KT 내부 경영 공백과 해킹 사고 수습까지 겹치면서 관련 논의는 한동안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KT가 박윤영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멈춰 있던 합병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표가 내실 경영과 인공지능(AI) 중심의 본업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데다,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통해 미디어 사업 조직을 사실상 축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는 지난달 말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미디어 부문을 커스터머 부문 산하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는 미디어 영토 확장에 힘을 실었던 이전 경영진과 달리, 미디어를 통신과 결합된 서비스의 하나로 보고 독자 사업 확대보다는 수익성과 효율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KT가 합병을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티빙을 계속 끌어안고 가기보다는, 통합 OTT 출범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실리를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새 대표가 선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는 조직을 정비하는 단계에 있다"며 "합병이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미칠 영향과 KT그룹 및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500만 넷플릭스 대항마 될까…거대 토종 OTT 출범 '분수령'

한편 시장에서는 양사 합병을 계기로 넷플릭스의 독주를 견제할 토종 OTT가 출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500만명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국내 시장 점유율도 40% 수준에 달한다. 반면 티빙의 MAU는 733만명, 웨이브는 376만명으로 두 플랫폼을 합쳐도 1100만명대에 그쳐 여전히 격차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거침없는 시장 잠식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사실상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양사의 실무적인 협력이 상당 부분 진척된 만큼, 결국 합병의 키를 쥔 KT의 최종 결단이 거대 토종 OTT 출범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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