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해상풍력단지 전경. 사진=기후부
중국이 단숨에 해상풍력발전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쟁 국가들보다 사업 스피드를 높인 속도전이 있었다. 중국 상하이의 진산 해상풍력발전소 1단계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항저우만 해역에 8.5㎿(메가와트)급 대형 풍력발전기 36대를 설치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2년 경쟁 배분(계획 입지 사업자 배정)이 확정된 지 2년 뒤인 2024년 6월 사업 승인을 받았고 이듬해인 2025년 9월 계통 연계에 성공했다. 낙찰 발전 가격도 ㎾h당 0.302위안(약 60원)으로 당시 상하이 석탄발전 가격 기준인 0.4155위안(약 82원)보다 낮았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늦다. 미국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55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발전소를 입찰하겠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계획에 대해 “사업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과 자원을 고려하면 달성하기 쉽지 않다(challenging)”고 평가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량이 유럽 전체가 지난 10년간 설치한 해상풍력 물량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자에는 부담 요인이 되는 공급망 국산화와 발전단가 인하까지 한 번에 추진하겠다 하니 정책 목표를 무리하게 설정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높이는 데 정책 역량을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기후부는 현재 1㎾h당 330원대로 추정되는 해상풍력발전 단가를 2030년 250원, 2035년에는 150원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고 발주 물량이 늘어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 동남부 후젠성 핑탄 인근 해역에 설치된 해상 풍력 발전소 전경. 신화연합뉴스
반면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가격은 달성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접 단지 간 공동 접속 선로 개설 등을 고려해도 1㎾h당 단가는 당분간 190원 아래로 낮추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세계적인 에너지 분석 기관인 블룸버그NEF의 자료를 인용해 공개하고 있는 한국의 2035년 해상풍력 균등화발전비용(LCOE) 역시 1㎾h당 174원으로 정부 목표치보다는 높다. LCOE란 연료비 등 가변비용뿐 아니라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총비용을 고려해 계산한 발전 원가다.
최근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건설 비용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 또한 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철강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세계 곳곳에서 전력망이 증설되면서 공사에 필요한 전선을 제때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풍력발전의 핵심 기자재인 터빈 역시 주문이 폭증하면서 조달받기 어려워졌다. 블룸버그NEF는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해상풍력 공급망 경색으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진행된 해상풍력 사업의 비용이 12% 증가했다”며 “특히 영국의 경우 최근 자금 조달이 이뤄진 해상풍력 사업의 비용이 5년 전 대비 69% 상승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작전성 평가나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인허가와 지역 주민과의 협상도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남 영광군의 낙월 해상풍력 사업만 해도 공사 자체는 2024년 3월 시작해 올해 말까지 2년 9개월 정도 걸렸지만 각종 인허가를 받는 데 5년 2개월을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사업자로 선정되면 통상 1년 정도의 공사 준비 기간을 가진 뒤 2~3년 만에 사업을 끝낸다”며 “한국에서는 공사를 시작하는 데만 6~7년씩 걸려 사업 비용이 불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케냐에 위치한 풍력발전소 전경. EPA연합뉴스
이에 충분히 사업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단가를 측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매년 무리하게 입찰 가격을 낮추면 결국 사업자들이 떠날 것”이라며 “육지와의 거리나 국산품 사용 비중에 맞춰 다양한 우대 가격을 추가하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IEEFA 역시 “입찰 가격 상한선은 시장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원자재 가격 변동이나 인플레이션에 맞춰 유연하게 산정하라”고 조언했다.
고정가격계약 기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통상 정부는 재생에너지 고정가격계약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해왔다. 이를 25년이나 30년으로 늘리면 사업자의 자금 회수 기간이 늘어 단가를 낮추면서도 사업 참여 유인이 생긴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발전원에 비해 비싼 가격을 너무 오래 보장하면 부담이 된다”면서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측면까지 생각하면 계약 기간을 늘리는 방안은 고민해볼 만하다”고 답했다. 기후부는 당장 임박한 고정가격계약 입찰의 계약 기간은 20년으로 유지할 방침이지만 제도 개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에 대한 외부 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발전지구나 인허가 협의 창구 단일화 등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민간 건설 업체가 택지를 만드는 것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지를 조성할 때 주택 공급이 빠르다”며 “정부가 발전지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발전 공기업의 참여 또한 늘려야 한다고 봤다. 현재 해상풍력 사업자 대다수가 플랜트 사업 이력이 없어 금융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발전 공기업 등은 채권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자금을 끌어온다”며 “이들의 개입을 늘려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방식을 취하면 속도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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