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케일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NP Family AI Seminar: AI 도입 혁신사례 발표회’를 열고 인공지능 시대의 투자 생태계 생존 전략과 미래 청사진을 13일 밝혔다.
박제현 뉴패러다임 대표는 연단에 올라 인공지능을 특정 직업군을 휩쓰는 파도가 아닌 모든 해안선을 동시에 높이는 밀물에 비유했다.
통번역이나 콜센터 등 특정 분야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 마케팅 기획 등 일하는 모든 영역이 동시다발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 대표는 "어제 30분짜리 업무를 돕던 AI가 오늘은 3시간짜리 업무를 돕고 내일이면 하루짜리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며 "범용인공지능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사건이 아니라 매일 쌓이는 자동화 수위의 누적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의 업무 처리 성공률은 약 3.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나 3년 뒤에는 512배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직무가 아닌 업무 단위의 조직 재설계가 제시됐다.
박 대표는 "마케터가 AI에 대체될 것인가를 묻지 말고 콘텐츠 작성이나 데이터 정리 등 하루의 반복 업무를 잘게 쪼개어 접근해야 한다"며 "직원 개인이 도구를 잘 쓰는 수준을 벗어나 반복 가능한 워크플로 안에 인공지능을 끼워 넣고 사람은 검증과 예외 처리만 담당하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실무 속도를 높이고 사람은 문제를 정의해 책임을 지는 구조다.
한편 경영진의 전략적 방향성은 심사역들의 구체적인 실무 자동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사진=최진홍 기자
김대원 뉴패러다임 심사역은 자사가 직접 개발해 운영 중인 인공지능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을 공개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0여 개에 달하는 투자 기업들의 매일 쏟아지는 뉴스 기사를 제미나이와 클로드를 활용해 수집하고 노션에 자동 정리해 매주 월요일 아침 핵심 기사 10개를 경영진과 창업자들에게 제공한다.
김 심사역은 "문과 출신 비개발자지만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국가법령정보와 특허청의 오픈 API를 연동한 전용 법률 자문 봇을 구축했다"며 "법률의 기본적인 뼈대 해설을 비롯해 특정 법 조항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내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매일 수십 개씩 쏟아지는 정부 지원 사업 공고를 투자 기업의 조건에 맞춰 95퍼센트의 정확도로 자동 매칭하는 시스템도 구축을 마쳤다. 설립 5년 차 기업에 3년 미만 제한 공고가 추천되는 식의 오류를 인공지능이 사전에 걸러내어 엑셀로 정리해 준다.
투자 기업들이 매월 제출하는 경영 실적 보고서 취합과 핵심 성과 지표 분석 알림 발송까지 모두 자동화되어 심사역들의 물리적인 업무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조직 내부에 전용 AI 허브를 구축해 최신 프롬프트와 글로벌 기술 동향을 임직원과 투자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해 집단 지성을 키워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박 대표는 "앞으로 1년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미래의 승자는 막대한 자본이나 많은 직원을 거느린 회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사람과 도구 그리고 업무 흐름을 가장 먼저 다시 짠 기업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의 논리로 굴러가던 벤처 투자 생태계가 기술 수용력과 프로세스 혁신이라는 새로운 평가 잣대를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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