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재단, 'The IPO 라운지' 개최
대전 대표 상장기업 아이쓰리시스템
첨단 감지센서로 해외 시장 확대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눈' 역할을 하는 적외선 센서 전문기업 아이쓰리시스템은 대덕특구의 대표 상장사다. 정한 대표는 우리 군이 사용하는 센서의 85% 이상을 공급하며 대한민국을 세계 3대 적외선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사진=대덕넷]
현대전의 승패는 '누가 먼저 보고, 먼저 쏘느냐'에 달렸다. 적이 숨어있는 어둠 속을 낱낱이 파헤치는 '눈'이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미사일도 무용지물이다. 대한민국 국방의 '심장'이 엔진이라면, 그 '눈'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적외선 센서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적외선 센서의 85% 이상을 공급하며, 불모지였던 국내 센서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업이 있다. 바로 대덕특구의 대표 상장기업 아이쓰리시스템이다.
지난 24일 대전 본사에서 열린 'The IPO 라운지'에서 정한 대표는 1998년 창업부터 2015년 상장, 그리고 세계 3대 적외선 센서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아이쓰리시스템은 적외선 및 X-ray 영상센서를 개발·제조하는 전자감지 센서 전문기업이다. 국방과 산업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기술'을 구현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대덕넷, 로우파트너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대전 상장기업의 기술 현장을 직접 탐방하며 투자·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30km 밖 담배 연기까지 포착
적외선 센서는 전자기파 중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을 감지한다. 빛이 전혀 없는 밤이나 안개, 연기 속에서도 물체가 내뿜는 미세한 열을 감지해 형상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앞도 보기 힘든 악천후 속에서도 적외선 센서는 수십 킬로미터 밖의 움직임을 잡아낸다.
정한 대표는 "적외선 센서로 연평도에서 북한 지역을 보면, 가시광선으로는 흐릿하게 보이는 곳도 사람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잡힌다"며 "30km 밖에서 사람이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이란이 미국의 스텔스기를 격추할 때 적외선 탐지 기술이 활용된 사례를 언급하며 전파를 기만하는 스텔스 기술조차 무력화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아이쓰리시스템의 제품은 K-21 장갑차, 현궁 미사일 등 우리 군의 핵심 무기 체계에 대부분 탑재되어 있다. 처음에는 센서만 납품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모듈과 카메라 시스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으며, 최근에는 냉각 장치가 필요 없어 작고 가벼운 '비냉각형 센서'가 드론용 카메라의 필수 부품으로 각광받으며 세계 시장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 벼랑 끝에서 일궈낸 국산화
정한 대표는 어떤 위기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오직 현재의 기술적 난제에만 몰입하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한민국을 우주·국방 강국으로 만드는 데 헌신하고 있다. [사진=대덕넷]
오늘의 성공 뒤에는 눈물겨운 사투가 있었다. 정 대표가 적외선 센서와 인연을 맺은 것은 35년 전 KAIST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적외선 센서는 철저한 국가 전략 부품으로 해외 선진국들은 관련 기술을 '절대 보안'에 부쳤다. 정 대표는 "어떤 자료도 얻을 수 없어 오직 논문만 붙들고 맨땅에 헤딩하듯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최대 위기는 2009년에 찾아왔다. 미국이 적외선 센서의 핵심 재료인 'MCT'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연구용은 허가해도 양산용은 허락할 수 없다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30년 넘게 공들인 연구 체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정 대표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인듐 안티모나이드(InSb)'라는 새로운 물질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옥과 같았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정 대표는 "은행 빚은 수십억 원인데 월급 줄 돈도 없었다. 아침마다 샤워를 하면서 '이게 내 인생 마지막 샤워가 될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매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9월 납품 기한 직전, 기적이 일어났다. 평소 20개를 공정에 걸면 한두 개 건지기도 힘들었던 제품이 무려 18개나 성공적으로 뽑혀 나온 것이다.
정 대표는 이를 "정성을 다한 끝에 하늘이 살려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이 '집념의 국산화' 덕분에 한국은 프랑스, 이스라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적외선 강국으로 거듭났다.
◇ "1등 아니면 의미 없다"
정 대표는 이날 부품 산업의 냉혹한 원리도 강조했다.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이 수천만 원짜리 센서이기 때문에, 성능이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시장에서 즉각 퇴출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품은 시스템 가격의 일부지만, 그 성능이 전체의 가치를 결정한다"며 "전 세계 시장에서 1등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 군처럼 까다로운 소비자가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K-방산의 품질이 명품이 됐다"며 "시어머니가 무서워야 며느리 솜씨가 느는 법"이라는 비유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쓰리시스템은 현재 일본, 베트남, 터키 등 전 세계 2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특히 터키와 파트너십을 맺고 무인기(드론)에 아이쓰리시스템의 센서를 탑재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 해외 전시회에서 한국 기업이라고 문전박대를 당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아이쓰리시스템의 시선은 이제 지상을 넘어 우주로 향한다. 이미 여러 위성에 센서를 공급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기술적 초격차를 벌리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T2SL(차세대 초격자 구조)' 기술이다. 기존 냉각 방식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이 가능해 카메라 전체 크기를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정 대표는 "이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개발해 베스트셀러로 만들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세계 최초로 '8마이크로미터(㎛) 피치' 수준의 초미세 비냉각 적외선 센서 양산도 앞두고 있다. 중국이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쓰리시스템은 이미 전시회를 통해 실물을 공개하며 기술 우위를 입증했다.
발표 말미에 정 대표는 지난 28년간 겪어온 경영인으로서의 고뇌를 담담히 공유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파안(Pah-an)'을 언급하며, 경영인 역시 성과와 책임이라는 틀에 갇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하지만 그가 찾은 결론은 체념이 아닌 '현재에 대한 몰입'이었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망하지 않기 위해 절박함으로 살았다면, 지금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현재의 기술적 난제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풍파를 견디며 얻은 이 평정심은 다시금 '기술 아니면 죽는다'는 타협 없는 집념의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기술력이 없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대한민국이 우주·국방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끝까지 헌신하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시버리솔루션스의 AI·AX 기반 산업 전환 전략과 Physical AI, 센서 데이터 기반 산업 확장 방안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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