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4월 27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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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는 야수성을 잃었다."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 모태펀드의 7년 초과 후기기업 투자 비중은 2020년 27.2%에서 2024년 44.3%로 뛰었다. 초기 모험자본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보수성을 어떻게 깰 것인가다.
27일 는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해결책을 들었다. 윤 대표는 푼돈 쪼개기 수준이 아니라 국가가 압도적인 실패 리스크를 직접 감당하는 '진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신규 투자 추이. 구글 제미나이(또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그래픽=국정근 기자
1999년 변곡점, '하드웨어' 강국 몰락과 내수 벤처 한계
한국 산업의 근간과 현재의 위기를 이해하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TV, 가전, 조선 등 중후장대 중심의 '하드웨어 산업'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이뤘다. 당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쉽게 취업했고 부동산과 급여가 매년 오르던 한국 경제의 좋은 시절이었다.
1999년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뼈아픈 변곡점을 맞이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시대로 전환됐지만, 하드웨어에 특화됐던 한국은 세계적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때부터 청년 실업난이 가시화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벤처 육성 정책에 힘입어 벤처 붐이 일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윤 대표는 "당시 창업한 벤처기업 대부분이 배달의민족 같은 내수 중심의 플랫폼이거나 대기업의 하청 협력업체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화 흐름 속에 제조업 주도권마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넘어가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AI가 불러온 하드웨어 귀환…중국 견제가 만든 '골든타임'
침체했던 벤처 생태계에 다시 빛이 든 것은 2023년 인공지능(AI) 시대가 개막하면서부터다. 윤 대표는 AI의 등장을 '하드웨어 시대로의 회귀'라고 단언했다. AI 산업의 근간이 엄청난 양의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요구하는 하드웨어이기 때문이다.
AI 산업은 겉보기에 소프트웨어 같지만, 그 근간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와 거대한 데이터센터, 그리고 막대한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여전히 AI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시장은 구글, 오픈AI 등 미국의 빅테크가 독식하고 있어 승산이 없지만, 인프라를 구성하는 '하드웨어'만큼은 한국이 가장 잘해왔던 분야다.
지정학적 행운도 따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촉발된 '블록 경제'가 한국에 천금 같은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윤 대표는 "세계 최대 하드웨어 강국은 중국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 진출을 차단해주면서, 한국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따돌릴 수 있는 향후 3년에서 5년 사이의 '골든타임'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개인이 1억 투자하면 파산…국가만이 수천개 기업 '몰빵' 가능
문제는 AI 하드웨어 생태계 투자의 실패 리스크가 극도로 높다는 점이다. 딥테크 생태계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자니, 대형 AI 모델이 하루 만에 코딩을 복제해버려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투자의 리스크가 극대화한 상황에서 민간 자본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윤 대표는 이를 수치로 비유했다. "개인이 1억원을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그대로 파산이다. 자본 100억원 있는 기업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10개 기업에 10억원씩 투자한다고 치자. 9개가 망하고 1개가 성공해 10배 수익을 내더라도 결국 본전(똔똔)을 찾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가는 다르다. 윤 대표는 "국가는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수천개의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자본을 뿌려 압도적인 실패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0조도 부족하다…국가 예산 300조 쏟아부어야"
윤 대표는 정부가 준비 중인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 전략에 찬성하며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파격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150조원도 너무 적다. 국가 예산을 다 쓰는 한이 있더라도 200조~300조원 이상으로 규모를 키워 골든타임 내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2030년이 되어서 뒤늦게 500조원을 넣어봐야 시장이 이미 먹힌 뒤라 아무 소용이 없다"고 경고했다.
무수히 많은 부실 기업과 밸류에이션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AI 산업은 철저한 '초집중화 및 승자독식(1인 독식)' 시장이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수천 개에 쏟아부어 다수의 부실이 생기더라도, 살아남은 1~2개의 성공 기업이 시장을 독식해 10배~100배의 막대한 수익을 거두게 된다. 결국 이 소수의 홈런 기업이 부실을 모두 커버하고 국부를 창출할 것"이라며 모태펀드가 다시 야수성을 가지고 전폭적인 딥테크 초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변했다.
구글 제미나이(또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그래픽=국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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