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통신과 보안의 미래 (사진= AI이미지)
| 이코노미사이언스 김준수 기자 |
“편지를 한 번에 한 통씩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도청이나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바로 이런 원리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알갱이(광자)’를 한 번에 하나씩만 보내는 ‘단일광자 광원’을 새로운 소재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홍규 교수 연구팀은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해 단일광자 방출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Letian Dou(에모리대), Peijun Guo(예일대) 연구진도 참여했다.
양자 통신이나 양자 암호 기술에서는 정보가 ‘빛 입자 하나’에 실려 전달된다. 만약 여러 개의 광자가 동시에 섞여 나오면 정보가 겹치거나 외부에서 가로채기 쉬워진다.
쉽게 말해, 택배를 한 번에 여러 개 뒤섞어 보내는 대신 ‘한 번에 하나씩 정확히 보내는 시스템’이 필요한 셈이다. 단일광자 광원은 이런 역할을 하는 핵심 장치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원하는 위치에서 정확히 빛을 내게 만들기 어렵고, 장치 제작 과정도 복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해결책을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신소재에서 찾았다. 이 물질은 얇은 층 구조를 가지며, 빛과 전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의 구조와 실험 개념도 (사진= 서울대)
특히 연구진은 이 물질의 ‘가장자리(엣지)’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특정 조건에서 빛이 물질 전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가장자리 영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방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마치 넓은 운동장 전체가 아니라 ‘모서리 한 점’에서만 불빛이 켜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핵심은 ‘낮은 에너지의 빛(서브-밴드갭 여기)’을 사용한 점이다.
이 빛을 쏘면 전하가 물질 내부가 아닌 가장자리의 특수한 에너지 상태(엣지 상태)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이후 특정 결함 상태에 도달하면서 광자 하나만 방출되는 정밀한 과정이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광자 상관 측정을 통해 실제로 한 번에 광자 하나씩만 나오는지를 확인했고, 그 결과 단일광자 방출이 명확히 입증됐다.
이번 성과의 또 다른 의미는 ‘실용성’이다.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는 비교적 저렴한 용액 공정으로 만들 수 있어, 반도체처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 물질의 조성을 바꿔 원하는 특성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내부에 ‘가짜 가장자리’를 만들어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고, 다양한 구조에서도 재현 가능하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미래 기술과 직결된다.
단일광자 광원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면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한 ‘양자 암호 통신’, 초고속 정보 처리가 가능한 ‘양자 컴퓨팅’, 그리고 ‘양자 인터넷’까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향후 광학 소자와 결합하고 방출 위치까지 정밀 제어할 수 있다면, 실제 산업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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