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2차 피해 우려 ‘회원 밀접 정보’ 유출…실생활 지장 초래 판단

안전한쿠팡만들기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반성 없는 쿠팡을 규탄하며 ‘개인정보 불법활용’ 등이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역대 최대 과징금’ 개인정보위 주요 쟁점별 판단 보니

쿠팡 측 ‘개인 범죄’ 주장에 “퇴직 후 보안키 갱신 안 이뤄져” 지적

배송지 등 사생활 피해 위험 판단…‘조사 방해’도 제재 수위 영향

안전한쿠팡만들기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반성 없는 쿠팡을 규탄하며 ‘개인정보 불법활용’ 등이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40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 사태가 총체적인 개인정보 관리체계 부실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송지·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유출 사항이 이용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정보라는 점도 고려됐다. 쿠팡의 조사 방해 행위도 과징금 수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1일 개인정보위가 발표한 제재처분을 보면 이번 유출 사태의 핵심 쟁점은 해킹이 해커의 ‘개인적 범죄’로 발생한 것인지, 쿠팡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인지였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2월 민관합동조사단이 내놓은 조사 결과보다 약 400만명이 늘어난 총 3755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전 직원인 유출자는 재직 당시 알고 있던 인증체계 취약점과 서명키로 접근 인증 토큰을 위·변조해 해킹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쿠팡 측은 해당 직원이 회사의 정보를 악용한 것이 근본 원인이며, 회사는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 절차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크게보기

그러나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사전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태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직원이 퇴직한 후에도 보안키 갱신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유출자가 회사 인증체계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5개월간 비정상적인 트래픽이 감지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회원 계정으로 접속 시도가 발생했음에도 협박 e메일을 받기 전까지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유출 정보의 중대성을 어떻게 볼지도 쟁점이었다. 유출된 개인정보에는 성명·e메일·주소지·전화번호·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이 포함됐다. 개인정보위는 해당 정보 유출로 실질적으로 소비자 생활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송지와 주문목록 등이 개인의 생활패턴 등 사생활과 연결된 부분이라 피해 위험이 상당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해커는 쿠팡 측에 구매내역 등 회원별 프로필을 재구성한 샘플 데이터를 보내 협박하기도 했다. 샘플 데이터에는 성인용품, 속옷 구매내역 등 사생활 정보가 다수 포함됐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나 로그인 정보 등은 유출되지 않았고, 유출된 정보들이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감정보는 개인의 사상이나 신념, 정치적 견해, 건강 등이 담긴 정보다.

양청삼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출된 정보가 법상 민감정보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실주소가 광범위하게 유출됐다는 점을 중대성 판단에 고려했다”고 말했다.

쿠팡의 부실 대응도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쳤다. 쿠팡은 그간 사고 인지 후 즉각 당국에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했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개인정보위가 조사 착수 직후 증거자료 보전을 명령했는데도 쿠팡은 2024년 7~11월 약 5개월분의 웹 접속 로그를 수동 삭제해 최초 유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 6개월 경과 시 기록이 자동 삭제되는 시스템도 중단하지 않아, 정확한 유출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정보 유출 후 법정 통지기한인 72시간이 지나고 나서 유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다만 불법 유통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감경 요소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위는 “현재까지 유출된 정보의 불법 유통 정황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쿠팡이 지난해 12월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패키지를 보상안으로 내놓은 것도 감경 사유로 반영됐다.

쿠팡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해 과징금 규모를 둘러싼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