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내년부터 이전…전남광주 유치전 ‘셈법 복잡’
‘나눠먹기식 배분’ 대신 기존 혁신도시 중심 기능별 집적 원칙
새 기관 행선지 안갯속…여수광양지역 통폐합 반발 철회 요구
2026년 09월 03일(목) 19:40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오른쪽)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남광주시의 유치전도 본격화했다.
하지만 대상기관의 이전 후보지, 규모는 공개되지 않은 반면 전남광주 지역기관 7곳은 통·폐합 대상에 포함돼 지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가 3일 제시한 핵심 원칙은 ‘나눠먹기식 배분’ 대신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기능별 집적이다. 5극3특 성장엔진과 지역 산업·대학, 혁신도시의 기존 기능군을 연결해 공공기 관을 앵커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5극 3특은 전국을 5개의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강원·전북·제주)로 재편하겠다는 정책이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는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한국전력과 한전KDN·한전KPS,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기관을 비롯해 농생명·정보통신·문화 분야 16개 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광주 AI·반도체, 나주 에너지밸리, 전남 농수산업을 연결할 기관을 한데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은 정부 기준에 부합한다.
전남광주시는 이를 바탕으로 유치 대상 기관을 46곳으로 확대했다. 농협중앙회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에 최근 IBK기업은행까지 추가했다. 지난달 27일 범시민 결의대회에서는 행정통합 전 광주와 전남이 각각 받을 몫을 고려해 전국 시·도의 ‘17분의 2’ 수준으로 기관을 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집적 원칙이 전남광주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역별 기관 수와 이전 인원, 개별 기관의 이전지를 내놓지 않았다. 통합지역 우선 고려도 기관 수를 자동으로 배정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전남광주가 실제로 확보할 기관은 4분기 이전계획에서 드러난다.
기능개혁과 지방이전의 동시 추진도 변수다.
전남광주에서는 정원 1029명 규모의 7개 기관이 통폐합 대상이 됐다. 동부권에 본사를 둔 여수광양항만공사는 가칭 한국항만공사의 지역지사로 전환된다.
고용이 유지되더라도 정책·기획과 인사·예산 결정권이 통합본사로 옮겨지면 지역에 본사를 둔 효과는 약해질 수 있다.
국립광주과학관과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도 각각 다른 기관에 통합된다. 시설 이전 계획은 없지만 통합본사의 위치와 지역조직의 직급, 예산·사업 자율성은 제시되지 않았다.
광주 과학문화교육과 목포 섬·연안 생물자원 연구, 화순 백신산업 지원 기능의 유지 여부는 후속안에 달렸다.
특히 현행법은 트라우마치유센터의 지역별·사건별 특수성을 반영한 독립적 운영체제를 강조하고 있어 5·18과 여순사건 피해자 치유를 맡은 광주 조직의 지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이날 발전 5사 통합본사 위치를 묻는 질문에 “아직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가칭 한국발전 본사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본부·정의로운전환본부와 3~4개 지역재생에너지본부의 위치도 정하지 않았다. 전남광주가 기대해 온 통합 발전공기업의 본사나 전략본부 유치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기존 기관 통폐합에 대한 지역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광양시는지속적인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일방적 조치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통합 결정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시는 이번 통합이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 정비를 넘어 각 항만이 가진 고유한 전문성과 지역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양시는 무엇보다 통합 이후 여수광양항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현장 대응 역량이 약화되고, 광양항이 사실상 ‘출장소’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성현 광양시장은 “대한민국의 핵심 산업과 물류를 뒷받침하고 있는 여수광양항의 기능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에, 항만공사를 일률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결정”이라며 “통합으로 인해 여수광양항의 의사결정 권한과 현장 대응력이 약화되고 광양항이 사실상 출장소처럼 운영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광양시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여수광양항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지키고, 광양항이 국가 물류와 지역경제 발전을 이끄는 핵심 항만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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