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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6.2조 ‘전쟁 추경’ 국회 통과…하위 70% 지원액 유지

이번 초과 세수는 반도체 경기 호황과 증시 호조에 힘입어 법인세와 증권거래세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발생했다. 본예산 편성 당시의 부실한 세입 추계는 결과적으로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26.2조 ‘전쟁 추경’ 국회 통과…하위 70% 지원액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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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추경 처리 합의

중동 상황 대응을 명분으로 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3조원 이상의 증액 요구가 있었지만, 일부 사업 규모를 조정해 정부가 당초 제출한 총액을 유지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국회는 이날 오후10시쯤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재석 244인, 찬성 214인, 반대 11인, 기권 19인으로 가결했다. 주요 증액 내용은 고유가에 따른 농어민 부담 완화를 위해 농기계 3종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529억원, 대중교통비 환급지원 사업인 K패스를 한시적으로 50% 할인하기 위해서 1027억원, 산업 및 주요 생필품 생산의 필수재인 NAFTA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 2049억원 증액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반대로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출연금, 중소기업 모태조합 출자 예산, K-콘텐트 출자 예산 등은 감액됐다.

‘소득 하위 70%에 최대 60만원’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 예산은 감액 없이 정부안이 유지됐다. 이로써 소득 하위 70%의 국민 3577만명이 1인당 10만~6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예산은 총 4조8000억원으로, 이번 추경안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재원(5조원) 다음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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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추경’이라더니…지선 앞두고 선심성 예산 포함

앞서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천준호 원내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이소영·국민의힘 박형수 의원 등은 이날 3+3 회동을 통해 이같이 합의했다.

국민의힘이 삭감을 요구했던 단기 일자리 사업은 일부 감액하기로 했다. 이른바 ‘짐 캐리’ 예산으로 논란이 된 중화권 관광객 유치 관련 예산도 조정됐다. 추경안 표결 직전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정부여당은 중국인 관광객 짐을 캐리하고 들어주는 예산 5억원을 포함해 중국관광객 우대예산 306억원 중 단 25억원만 삭감하고 나머지는 기어이 살려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선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도 ‘증액 잡음’이 일었다. ‘고물가·고금리 민생 위기’라는 추경 편성 취지에 맞지 않는 선심성 예산이 다수 포함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의원이 지역구 민원 사업을 ‘쪽지 예산’ 형태로 대거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 관람권 지원(200억원), 유소년 스포츠 기반 구축(400억원), 경로당 부식비 지원(596억원) 등이 꼽힌다. 교육위는 ‘평생교육 이용권 지원’ 명목으로 정부안보다 약 28억원을 늘렸고, 기후환노위는 ‘아파트 베란다형 태양광 사업’에 475억원을 증액하기도 했다.

추경 전체 규모가 정부안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전쟁 추경’ 취지에 맞지 않는 예산이 포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 문화산업 관련 예산이나 ‘일자리 확충’ 명목으로 담긴 농지 특별조사, 체납관리단 관련 예산이 대표적이다.

고유가 피해지원금(4조8000억원)을 나눠주는 동시에, 기름값 통제 정책으로 인한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5조원)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로 유가를 억지로 억제하면서 지원금까지 나눠주는 것은 중복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아직 본예산 집행도 초기 단계인데 고유가 피해를 예단해 추경부터 편성하는 것은 전형적인 ‘재정의 정치화’이자 선거용 속도전”이라며 “특히 국세청 체납관리단 예산처럼 경직적인 비용까지 추경에 넣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25조2000억원의 초과 세수로 추경 재원 대부분을 조달한다고 강조한다. ‘빚 없는 추경’이라고 홍보하지만, 이는 곧 세수 추계 실패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초과 세수는 반도체 경기 호황과 증시 호조에 힘입어 법인세와 증권거래세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발생했다. 본예산 편성 당시의 부실한 세입 추계는 결과적으로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구조적 결함으로 이어진다.

실제 2020년대 들어 상당한 규모의 세수 오차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에는 53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62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가 살림의 근간을 흔들 만큼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대로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채 발행이 없어 재정 건전성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맞섰다. 여야 모두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다는 논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입 과소·과다 편성 모두 재정 운용의 비효율과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초래한다”고 짚었다. 예정처는 “회계연도 개시 후 불과 3개월 만에 약 25조원의 세수 오차가 발생한 이번 사례는 단순 추계 실패를 넘어 세수 추계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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