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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주년 맞은 KOFIH, '제2의 이종욱' 꿈꾸며 국제보건 영토 넓힌다

하 이사장은 "전문의 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일수록 AI 기반 진단기술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IT·의료 기술은 국제보건 분야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KOFIH는 AI 기반 영상판독...

20주년 맞은 KOFIH, '제2의 이종욱' 꿈꾸며 국제보건 영토 넓힌다

[인터뷰]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하일수 이사장

초고령사회 진입과 필수의료 위기,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 등 보건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역할과 책임도 커지고 있다. 대중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이들 기관은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 유지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복지부 산하 주요 보건의료 관련 기관장들을 만나 기관별 핵심 현안과 정책 방향, 미래 전략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했다. 각 기관이 수행하는 역할과 현장의 고민, 조직 혁신 방향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 등을 조명한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하일수 이사장은 청년의사와 만나 KOFIH의 사명과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사진 제공 : KOFIH).

“궁극적인 목표는 원조 관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대등한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제2의 이종욱’들을 키워내는 것이죠.”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하일수 이사장이 밝힌 대한민국 국제보건사업의 아름다운 지향점이다. 한국 보건의료의 살아있는 전설, 고(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서거 20주기와 맞물려 성년을 맞이한 KOFIH는 이제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글로벌 보건의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KOFIH는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지원과 국제 보건협력을 전담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KOFIH는 ‘글로벌 보건의료지원 사업을 통한 국제협력 증진 및 인도주의 실현 기여’를 미션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글로벌 건강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는 국제보건의료 전문기관’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특히 KOFIH는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 대상 국제개발협력 사업뿐 아니라 북한·재외동포·외국인 근로자 보건의료 지원, 해외긴급구호 의료지원 등을 수행하며 국제사회 보건의료 협력 역할을 맡고 있다.

이같은 역할 속에서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KOFIH 하일수 이사장은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한 드문 사례”라며 “개발도상국이 한국을 보며 희망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제보건 분야에서 한국이 해야 할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최근 청년의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KOFIH의 역할과 향후 과제를 설명하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불과 50~60년 전만해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나라였다. 한국이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보건의료체계를 발전시키고 경제 성장을 이뤘는지에 대해 개발도상국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원조를 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현실과 고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 점이 한국 국제보건협력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국제보건사업의 핵심 가치로 ‘지속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무상원조가 계속 반복되면 자칫 의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현지 국가가 스스로 보건의료체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KOFIH는 통상 5년 단위 사업을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인프라 구축과 교육 지원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사업이 이어질수록 현지 정부와 의료진이 주도권을 갖도록 방향을 전환한다는 설명이다.

하 이사장은 “처음에는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지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지 국가가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우리는 조력자 역할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원조 관계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AI·디지털 헬스케어, 개발도상국에서 더 필요”

최근 KOFIH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을 국제보건 사업에 접목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하 이사장은 “전문의 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일수록 AI 기반 진단기술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IT·의료 기술은 국제보건 분야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KOFIH는 AI 기반 영상판독 기술과 자궁경부암 진단시스템 등 한국 의료기업들의 기술을 개발도상국 보건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하 이사장은 “경험 많은 전문의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AI 기술이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한국이 가진 디지털 헬스케어 역량을 국제보건 사업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업은 개발도상국 보건 수준 향상뿐 아니라 국내 의료산업과도 상생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AI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정부 내 플랫폼 역할 강화…기관 간 협력 확대”

KOFIH는 최근 국제보건협력 ‘플랫폼’ 역할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장정보원 등 다른 공공기관들이 국제보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 네트워크와 사업 경험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하 이사장은 “예산 규모에 비해 우리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여러 기관과 전문 인력을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KOFIH가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와 경험을 다른 기관들과 공유해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아카데미와 협력한 국제 연수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며 “스리랑카 현지 교육 등을 진행하며 국제화된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 하는 사업…한국 위상 높이는 투자”

국제보건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 이사장은 “일부에서는 ‘왜 우리 세금으로 해외를 지원하느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나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도상국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결국 한국의 미래 경쟁력과 외교적 자산이 된다.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며 “감염병 대응만 봐도 이제 한 나라만 안전해서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다. 국제보건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OFIH가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제도적 애로사항도 언급했다.

하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과 체결하는 ‘무상원조 기본협정’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만 공식 수행기관으로 명시돼 있다. 반면 복지부 산하 법정 공공기관으로 국제보건 무상원조 사업을 수행하는 KOFIH는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아 현장 업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 이사장은 “KOFIH 역시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설립한 공공기관이고 국제보건 무상원조를 전담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 정부가 재단을 일반 NGO와 비슷한 민간기관으로 오해하면서 행정 절차나 비자 발급 과정에서 애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무소 직원들이 현지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도 정부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서류 절차가 지연되거나 추가 설명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며 “협정문에 재단 명칭이 포함되면 보다 안정적으로 국제보건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교부와 복지부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OFIH 20주년…‘제2의 이종욱’ 키우는 기관으로”

하 이사장은 올해 재단 창립 20주년의 의미도 강조했다. KOFIH는 고(故)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 재임 당시 한국의 국제보건 기여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며 설립됐다. 특히 이 전 사무총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직후인 2006년 공식 출범하면서 국제보건 분야에서 그의 정신을 잇는 기관이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하 이사장은 “KOFIH를 설립하기로 결정된 직후 이 총장이 갑자기 서거했고 그 몇 달 뒤 출범했다”며 “개인적으로는 KOFIH가 이 총장의 뜻을 이어받아 다시 태어난 존재 같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KOFIH 창립 20주년이자 이 총장 서거 20주기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해”라며 “국제보건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고 미래 인재를 키우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했다.

특히 그는 KOFIH가 앞으로 ‘제2의 이종욱’을 키워내는 산실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이사장은 “현재 WHO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전문가들 가운데도 ‘이종욱 키즈’라고 불릴 만한 인재들이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한국 보건의료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보건 분야는 단순한 원조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리더십과 연결된 영역”이라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로 자리 잡는 데 재단도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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