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첫 칩’ 생산…군공항·전력·기업투자 ‘동시 해결’ 관건
호남 반도체 896조 투자보다 중요한 건 삼성·SK 첫 팹 착공 시점
군공항 이전과 송전망·용수 확보 한 축만 늦어져도 전체 일정 영향
2026년 09월 27일(일) 20:00
/클립아트코리아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산업단지 설계 단계에 들어서면서 이제 관심은 ‘사업을 하느냐’에서 ‘2030년 첫 제품 생산이 실제 가능한가’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와 전남광주시는 국가산단과 전력·용수, 군공항 이전, 인력양성, 정주대책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지만 어느 하나만 늦어져도 반도체 팹 전체 공정이 밀리는 구조다.
특히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별 착공 시점과 투자액을 얼마나 빨리 확정하느냐가 앞으로 사업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정부가 6월 말 발표한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전략의 총 투자 구상은 896조원이다. SK그룹이 메모리 반도체 공장 2기와 1GW급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에 약 470조원,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장 2기와 국가 인공지능컴퓨팅센터 등에 약 425조원, 앰코테크놀로지가 후공정 시설에 1조원가량을 투자하는 구상이다.
◇군공항 이전 최대 관건= 투자가 구체화되려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군공항 이전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 28일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후보지 선정은 이전 확정이 아니다. 지원계획 수립과 주민공청회, 주민투표, 무안군의 유치 신청을 거쳐 국방부 이전부지선정위원회가 최종 이전지를 결정해야 한다.
전남광주시는 올해 11월 이전부지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 기본계획과 사업계획 승인, 2028년 군공항 시설 우선 시공, 2032년 신기지 완공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산단이 신공항 완공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시는 2028년까지 광주기지 기능을 다른 곳에 임시 분산하고 먼저 확보되는 땅부터 LH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 절차나 부지 인계가 늦어지면 기업 공장 착공 일정도 그대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전력망, ‘주민수용성’이 변수= 전력도 대규모 기반사업이다. 팹 4기가 모두 가동되면 최대 6.3GW의 전력이 필요하다. 시는 1단계 3.1GW를 먼저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공급능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신장성·신광주변전소 계통에서 전력을 분기해 약 23㎞의 전력망을 산단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황룡강과 지방도 49호선을 활용하고 주거지역 구간은 지중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첨부 추진자료에는 2027년 상반기 변전소와 송전선로 공사에 착수해 2028년 12월 1단계 공급을 시작하는 일정이 담겼다.
하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노선과 지중화 비율, 사업비 분담보다 주민수용성이 더 큰 변수다.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지역마다 민원이 발생하면 인허가가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용수는 ‘양’보다 안정성 = 반도체 공장은 전력만큼 물도 중요하다.
시는 초기 하루 15만t에서 2029년 35만t, 2030년 누적 65만t, 2032년 최종 106만t까지 공급량을 확대하는 단계별 계획을 마련했다.
장기 공급계획에는 동복댐과 주암댐, 보성강댐, 재이용수 등이 포함된다. 특히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하천과 댐 수량만으로 대형 반도체단지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재이용수 활용 비중도 커지고 있다.
재이용수는 냉각·세정 등에 활용할 수 있지만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초순수 제조에는 별도 고도정수시설이 필요하다. 공급량 확보만큼 처리기술과 관로 건설, 농업용수 대체대책이 동시에 갖춰져야 하는 이유다.
◇삼전닉스 팹 착공은 언제 =896조원 전액이 확정 투자금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에 팹을 각각 2기씩 짓는다는 큰 틀은 나왔지만, 1단계 투자 규모와 공장별 착공·준공 시점, 장비 반입과 시험가동 일정은 이사회 의결을 거친 확정안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시와 현장 점검과 실무협의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7월 군공항 현장 실사와 산단 답사, 평택캠퍼스 협의를 진행했고, SK하이닉스는 7월부터 9월까지 경영진·실무진이 9차례 현장 및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전남광주시는 기업별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부지와 전력·용수, 인허가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정부와 전남광주가 마련한 공정표대로라면 앞으로 18개월이 결정적이다.
국가산단 지정과 산단계획 승인, 군공항 이전, 부지 인계, 송전선로·용수시설 착공, 환경평가와 토양정화, 기업 투자결정이 같은 시간표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반시설을 먼저 완성했는데 기업 투자가 늦어지면 수조원의 공공재원이 묶일 수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착공을 앞당겨도 전력과 용수가 준비되지 않으면 장비를 들여놓고도 공장을 돌릴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800조원대 투자’라는 장기 총액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느 공장을 언제 착공하고, 장비를 언제 반입하며, 시험가동과 양산에 언제 들어갈지를 담은 기업별 공정표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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