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MBC가 지난해 시청률, 청취율, 신뢰도 등 주요 경영평가 지표에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국면에서 MBC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는 평가다. 다만 신뢰도와 함께 불신도 역시 높은 수치를 기록해 MBC의 기반이 특정 수용자층에 편중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타 방송사 뉴스 시청률 떨어져도, MBC는 상승세
지난달 29일 공개된 2025년도 문화방송(MBC)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의 평일·주말 전체 시청률은 7.2%로 2024년(6.2%)보다 1%p 상승해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중 가장 높았다. 2023년까지 변동 없이 1위였던 KBS ‘뉴스9’을 2024년 12월 계엄을 전후로 제쳤는데, 지난해 격차가 더 커졌다. 2049세대 시청률에서도 MBC는 지상파 1위를 기록했다.
MBC 경영평가단은 “TV 시청률 전체 및 다른 지상파 채널들의 메인뉴스 시청률이 하락하는 시기에 ‘뉴스데스크’만이 상승세를 보인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며 “2049 점유율에서도 MBC는 지난해 1위였던 SBS를 제치고 4사 중 제일 앞서게 됐다. 이러한 성과는 TV 시청률 자체가 하락하는 추세에서 MBC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는 데 이유가 있다”고 했다.
▲ MBC '뉴스데스크'. 사진=MBC
MBC 라디오의 평균 점유청취율은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저녁 앤 뉴스’가 공동 12위에서 5위로 크게 상승했다. MBC 경영평가단은 “20위에 오른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음악 또는 오락이라는 점에서 라디오 영역에서 MBC의 독보적 역할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유튜브 성과도 독보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MBC 유튜브 채널 ‘MBCNEWS’의 구독자 수는 1년 동안 116만 명 증가했다. 2일 현재 MBC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618만 명이다. 스포츠 채널 ‘엠빅뉴스’ 또한 구독자 수가 142만 명으로 전년 대비 14만 명 늘었다. ‘MBCNEWS’의 월평균 조회수는 지난해 5억5932만 회로 국내 언론사 중 압도적 1위였다.
신뢰도 1위의 이면, 조선일보 제친 불신도
MBC는 각종 신뢰도·영향력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시사저널 조사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부문에서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에게 1위를 기록했고 시사IN 조사에서도 3년 연속 가장 신뢰받는 언론매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불신도 점수 역시 7.9%p로 크게 오르며 1위를 기록했다.
경영평가단은 “MBC의 신뢰도가 1위인 것은 긍정적이나 압도적이지는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신뢰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성과지만 파편화된 사회에서 압도적이지 않은 신뢰도는 이것이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바로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영평가단은 “주목할 점은 신뢰와 불신을 응답한 비율이 사실상 같은 수준에서 교차한 점과 조선일보(17.9%)를 제치고 (불신도) 1위를 한 점, KBS는 신뢰 11.2%, 불신 4.1%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비교해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 등”이라며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보도를 하는 언론이라면 강한 신뢰와 강한 불신을 동시에 받는 것은 한국 미디어 환경의 특성이기도 하다”고 했다.
▲ 2025 MBC 경영평가 보고서에 실린 시사IN 조사 갈무리.
경영평가단은 “신뢰와 불신이 같은 수치를 기록하는 현상은, MBC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기반이 특정 수용자층에 편중돼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며 “한국의 뉴스 선호는 불편부당성 만큼이나 관점 있는 뉴스에 선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서 한국의 매체들은 단기적으로는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좋은 지표를 만들어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다양한 시청자를 기반으로 한 시청자의 폭이나 안정성에 대해서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차원에서 앵커 클로징 멘트에 대한 논쟁도 언급됐다. 내란 국면에서 MBC의 선명한 앵커 멘트가 민주주의 수호라는 공영방송 책무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팩트보다 감정에 기반해 정파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MBC 내부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MBC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앵커 멘트를 세세하게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대신 뉴스룸 내부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 앵커 멘트를 제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경영평가단은 “앵커 클로징 멘트의 상징성과 가시성을 감안하면 표현과 보도 방향에 대한 원칙은 무엇인지, 더 근본적으로 공영 방송의 뉴스는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라는 더 큰 공론장에서의 숙의가 필요하다”며 “취재 및 보도 기준에 대한 MBC의 생각을 더욱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MBC 보도·시사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고용 안정성 과제 남아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도 MBC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을 꾸준히 다뤘다는 점에선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재난 보도의 경우 단순 피해 전달을 넘어 기후위기의 구조적 맥락을 담으려는 시도가 있었고 환경·노동 전문기자의 심층 보도가 꾸준히 이뤄진 것도 전문기자 제도가 잘 안착한 것이라는 평가를 이끌었다. 젠더 분야에선 MBC가 여성 대상 범죄 문제를 잘 예각화하여 보도했다는 분석이다.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선 양면적 평가가 나왔다. 정규직 전문가 체제로 기상 정보 전달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존의 프리랜서 중심 운영 구조의 불완전성을 보완한 건 의미가 있지만, 기존의 캐스터들이 고용승계된 것은 아니라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노동자성 인정과 근로 환경 개선이라는 근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 2026년 3월3일 MBC 뉴스데스크 기상코너에서 기상브리핑 중인 윤태구 기상분석관.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MBC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4억 원 감소했다. 2022년 매출액 8602억 원을 기록한 이후 2024년 일시 반등했으나 전체적으로 3년째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상파 광고시장 악화의 여파가 크다.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은 17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1% 급감해 10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MBC는 콘텐츠 유통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디즈니플러스와 볼륨딜 계약을 체결해 올해 상반기 드라마 ‘찬란한 너의 계절에’와 ‘21세기 대군부인’을 판매했다. 지난 1월부터는 티빙에도 MBC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으며, 예능 ‘복면가왕’의 포맷을 미국, 영국 등 20개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피의 게임’ 역시 북유럽 4개국과 네덜란드 총 5개국에서 제작 및 방송을 완료했다.
MBC 경영평가단은 △편성제작분야 강형철(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책임 집필) △보도시사분야 서수민(서강대학교 교수) △방송인프라분야 이정택(우송대학교 교수) △경영분야 박주연(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재무회계분야 김기영(명지대학교 교수)으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활동했다. 평가 대상은 편성·제작, 보도·시사, 경영, 재무·회계, 방송인프라 등 5개 분야다. 편성·제작과 보도·시사 분야는 ‘공익성’ 영역에 대한 평가도 함께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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