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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인극’ 주인공만이 쓸 수 있었던 ‘웨딩드레스’…이주화, 이번엔 작가로 독자 앞에 선다

배우에게 1인극은 특별하다. 상대 배우에게 기댈 수도, 한순간 시선을 돌릴 수도 없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한다.

혼자 무대 채운 30년 배우의 비공개 기록…이주화 ‘웨딩드레스’, 책으로 독자와 마주한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에게 1인극은 특별하다. 상대 배우에게 기댈 수도, 한순간 시선을 돌릴 수도 없다.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한다.

지난 2023년 초연한 1인극 ‘웨딩드레스’는 올해로 4년째다. 홀로 무대를 책임져온 배우 이주화는 그동안 관객에게 보이지 않았던 무대의 앞과 뒤까지 자신의 손으로 기록했다.

그 기록이 한 권의 ‘웨딩드레스’가 됐다. 무대 위 ‘웨딩드레스’가 이번에는 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책을 펴낸 이주화는 이제 배우가 아닌 작가로 독자와 마주한다. 오는 24일 오후 7시 포항 문화공간 ‘잇다’에서 ‘웨딩드레스’ 출간을 기념한 첫 북콘서트를 연다.

신간 ‘웨딩드레스’는 공연을 밖에서 바라본 누군가가 쓴 작품 해설서가 아니다. 주인공이자 무대를 홀로 책임진 배우가 공연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막이 내린 뒤까지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다.

관객이 만나는 것은 완성된 공연이다. 하지만 배우에게 무대는 막이 오르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어떤 움직임을 선택할지, 한마디를 어떻게 내뱉을지, 무대를 혼자 채울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반복된 연습 속에서 자신과 싸우고, 공연 직전에는 두려움과 긴장도 견뎌야 한다.

이주화는 그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매일 연습노트를 썼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몸의 변화, 생각의 흔들림, 무대에 오르기 직전의 감정까지 남겼다. 공연을 마친 뒤 달라진 자신도 다시 기록했다.

누구도 대신 느낄수 없는 1인극 주인공의 무대 안쪽이며, 타인이 대신 써줄 수 없는 1인극 배우의 시간이다.

그렇게 쌓인 기록을 한 권으로 엮었다. 때문에 책 ‘웨딩드레스’에는 결과로서의 공연보다 한 배우가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깊숙이 들어가 있다.

무대에서는 캐릭터와 이야기가 먼저였다면, 책에서는 배우 이주화의 시간이 열린다.

이주화는 “이 책은 잘 살았다는 증명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제 시간의 기록”이라며 “무대에서는 미처 다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독자들과 조금 더 천천히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이 나오면서 만남의 방식도 달라졌다.

무대 위에서 ‘웨딩드레스’를 보여줬던 배우가 이번에는 객석 가까이 내려와 자신이 그 공연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배우와 관객으로 만났던 관계가 작가와 독자로 바뀐다.

그렇다고 공연과 책을 완전히 떼놓지는 않는다.

이주화는 이날 ‘웨딩드레스’ 일부를 직접 들려주는 낭독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책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풀어놓고, 독자와 대화를 나눈 뒤 사인회도 진행한다.

무대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 다시 배우의 목소리로 듣는 자리다.

이주화는 “책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며 “한 사람의 기록이 또 다른 사람에게 작은 위로나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포항은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이다.

이주화는 강릉, 춘천, 부산, 제주, 남해, 여수, 목포 등으로 ‘웨딩드레스’ 북콘서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독립서점과 북카페, 공공도서관, 문화공간 등 공연장과는 또 다른 공간에서 독자들을 직접 만난다.

그는 “공연장이 아니어도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다”며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도 함께 듣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혼자 무대를 책임졌던 배우가 그 시간을 직접 책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번엔 ‘웨딩드레스’를 입는 배우가 아니라 ‘웨딩드레스’를 쓴 작가로 독자 앞에 선다.

무대에서 시작된 1인극의 다음 장면은 책 사이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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