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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분기 국내 대기업 영업익,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이 '절반 이상'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HBM과 고성능 D램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 중심에 올라서며 HBM 시장 지배력을...

1분기 국내 대기업 영업익,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이 '절반 이상'

대기업 실적 역대급인데···속 들여다보니 '반도체 원톱 경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전체 영업익 60% 이상 차지

배터리·자동차·유통은 성장 둔화···업종 양극화 더 뚜렷

특정 산업 의존 심화에 한국 경제 체력 우려도 확대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1분기 15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이 전체 증가세를 견인한 '반도체 편중 성장'에 가까웠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이 반도체 업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반면, 전기차 캐즘에 직면한 배터리 업계와 일부 제조·운송 업종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기업 실적 개선 이면에 한국 경제의 산업 쏠림 구조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15일까지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28개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 합계는 156조3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58.6% 급증한 규모다. 매출 역시 1036조3970억원으로 29.4% 증가하며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실적 증가의 중심에는 사실상 반도체 두 기업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56.1% 폭증했고 SK하이닉스도 37조61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405.5% 성장했다. 양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94조8431억원으로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영업이익의 60.8%를 차지했다.

이는 AI 산업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HBM과 고성능 D램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 중심에 올라서며 HBM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고 삼성전자 역시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 효과를 본격 반영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의 체력이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 직격탄을 맞은 배터리업계는 대표적인 약세 업종으로 꼽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삼성SDI(-1556억원), LG화학(-497억원) 등도 동반 부진을 나타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종 역시 겉으로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은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각각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올랐지만 업종 전체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소비 둔화, 전기차 전환 비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석유화학 업종은 의외의 깜짝 실적을 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로 국제 유가와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업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7.1% 증가한 8조676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가 1조63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상위권에 진입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구조적 개선보다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2분기부터는 고가 원유 재고 부담이 본격 반영되면서 정제마진이 둔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증권업도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심리 회복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증권이 나란히 영업이익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업종 전체 영업이익도 120% 넘게 증가했다.

반면 운송·통신·자동차부품 업종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적자를 냈고 소비 둔화 영향을 받는 유통업종에서는 코리아세븐 등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엔터 업계 대표주자인 하이브 역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콘텐츠 업황 둔화 우려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이 한국 경제의 'AI 반도체 편중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황 하나에 전체 기업 이익과 증시 흐름, 수출 방향성이 좌우되는 구조가 더 강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당수 업종의 성장세는 제한적이거나 정체 상태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배터리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제조업들이 동시에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AI 산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글로벌 수요 변화나 기술 경쟁 구도 변화에 따라 한국 경제 전체 변동성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1분기 실적은 역대급 호황이라는 표면 아래에서 반도체 초호황과 비반도체 업종 부진이 공존하는 양극화 구조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특정 산업과 특정 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글로벌 수요 변화나 기술 패권 경쟁에 따라 한국 경제 전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배터리·자동차·석유화학 등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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