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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년만에 스스로 뛴 中로봇… 인간 마라톤 기록 넘어섰다

산뎬은 아너가 지난해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AI(인공지능) 생태계 기업’ 전환을 선언한 이후 출시한... 베이징의 투자자는 “중국은 과거 스마트폰·신에너지차·반도체·AI 산업에서 대형 이벤트를 기술 발전의...

1년만에 스스로 뛴 中로봇… 인간 마라톤 기록 넘어섰다

급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에서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코스를 달리고 있다. 105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아너의 로봇 ‘산뎬’이 50분 26초로 우승했다. 이는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7분 20초)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산뎬(閃電·번개)이 번개 같은 속도로 결승지점을 통과했습니다.”

19일 오전 베이징 이좡의 난하이쯔공원. 중국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뎬’이 결승지점을 통과하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50분 26초의 기록으로 약 21km를 달려 1위에 오른 이 로봇은 100m를 약 14초대에 주파했다. 붉은 몸통에 나타난 배터리 잔량은 15%였다. 원격 제어나 외부 유도 신호 없이 오로지 로봇의 ‘두뇌’와 센서에 의지해 달려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인 57분 20초를 앞지른 것이다. 일부 외신 기자는 “로봇이 생각보다 너무 빨라 전문 장비 없이는 제대로 사진을 찍기 힘들었다”고 했다.

산뎬은 아너가 지난해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AI(인공지능) 생태계 기업’ 전환을 선언한 이후 출시한 로봇으로, 신체 특징에 빗대 ‘마라토너 로봇’으로도 불린다. 169㎝의 키에서 다리 길이만 1m에 가깝고, 뛰는 동시에 길 위의 상황을 판단하고 동작을 조정하는 명석한 ‘뇌’를 탑재했다.

1년 만에 속도·두뇌 급성장

지난해 시작된 ‘베이징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은 세계 유일 로봇 마라톤 대회다. 올해는 1년만에 급성장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점프’를 과시하는 무대였다.

이날 대회에서는 105개 팀(기업 80여곳·연구기관 20곳 등)이 톈궁·유니트리·아너 등 로봇 300여 대를 훈련시켜 출전시켰다. 출전 로봇팀은 지난해(21팀)의 5배다. 작년엔 모든 로봇 선수가 원격 제어나 전방 표식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달렸지만, 올해는 참가 로봇의 약 40%가 자율주행 방식을 택했다. 로봇들이 출발 이후 전 구간에서 카메라·라이다(빛탐지 거리측정)·센서 등에 의지해 길을 판단하고, 장애물을 피하고, 속도·방향 조절을 책임져야 했다는 뜻이다.

원격 제어 그룹의 기록은 1.2배를 곱하는 방식의 페널티가 적용됐다. 원격 제어 방식으로 48분 19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도 있지만, 페널티를 적용해 최종 57분58초로 기록됐다.

지난해 로봇들이 경로를 이탈하거나 넘어지며 완주율 29%를 기록한 것과 달리, 이날 출전한 로봇의 45%가 안정적인 자세로 완주했다. 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우승 로봇의 기록(2시간 40분)은 올해는 꼴찌 수준”이라면서 “완주한 로봇 가운데 상당수가 1시간 30분 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했다. 올해 코스에는 평지 외에도 가파른 오르막 경사로와 20여 곳의 좌·우회전 도로가 섞였고, 생태공원이 추가돼 로봇의 균형 제어·관절 반응·안정성을 극한으로 시험했다. 펜스를 사이에 두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인간 선수들이 로봇에 추월 당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7곳의 로봇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보급소’에서는 로봇들이 전원을 끄지 않고 등 뒤의 메인 배터리를 10초~1분 안에 교체하는 ‘부활(滿血復活)’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경기 도중 계주 형식으로 ‘선수’를 동종 로봇으로 바꾸는 것은 2회까지만 허용됐고, 로봇 간에는 5m의 안전 거리를 두게 했다. 현장에는 인간 마라토너를 위해 동선을 안내하거나 청소·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봉사 로봇’ 50여대도 배치됐다.

’전기차 시대’ 연 베이징올림픽 연상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관계자들이 들것에 실어 옮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출전한 로봇들은 일부 기술 한계도 드러냈다. 2위에 오른 로봇은 결승선 200m를 앞둔 지점에서 갑자기 균형을 잃고 넘어져 울타리에 부딪히는 바람에 인간 스태프의 부축을 받았다. 유니트리의 H1모델은 결승선 코앞에서 멀미라도 난 듯 비틀거리다 넘어져 들것에 실려 나갔고, 경기를 기권했다. 일부 로봇은 역주행하여 다른 로봇과 충돌할 뻔했다. 로봇의 달리기 실력이 공장·가정의 본격 상용화와 큰 관련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로봇 마라톤이 중국의 전기차 시대를 열어젖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당시 중국은 신에너지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개발 초기 단계인 순수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브리드차 500여 대를 올림픽 현장에 전격 투입했다. 다양한 기술 노선의 차들을 ‘쇼룸’에 세워 전국적인 상용화를 앞당기고, 추후 옥석 가리기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 베이징의 투자자는 “중국은 과거 스마트폰·신에너지차·반도체·AI 산업에서 대형 이벤트를 기술 발전의 계기로 삼곤 했다”면서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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