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출처=HD현대]
HD현대가 조선과 전력기기 양대 사업의 동반 호황을 발판으로 그룹 기업가치 2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5월 그룹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1년 만에 두 배로 확대됐다. 업황 호조과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가 맞물리며 시장의 재평가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27일 종가 기준 상장 계열사 합산 시가총액 202조3555억원을 기록했다. 28일 장중에는 주요 계열사 주가가 일부 조정을 보였지만, 이번 시총 200조원 돌파는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약 24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성장세의 배경으로는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지목된다. 조선과 전력기기가 나란히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며 그룹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조선 부문에서는 고선가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 중심의 수주 전략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조선·해양 계열사 전반의 이익 체력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친환경 선박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일감 확대에 힘입어 선박엔진, AM(애프터마켓) 등 계열사 전반이 나란히 호실적을 내고 있다. 다음달 실적 발표를 앞둔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8조72억원, 영업이익 1조1811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25%, 37.48% 증가한 수준이다.
전력기기 부문은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북미 전력망 투자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전력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변압기와 차단기 등 핵심 설비 발주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HD현대 판교 GRC 사옥. [제공=HD현대]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매출 1조365억원, 영업이익 25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18.4% 증가한 수준이다. 회사는 울산과 미국 변압기 공장 증설을 선제적으로 결정했고, 신·증설 설비의 조기 전력화를 추진 중이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시장 환경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그룹 가치 폭증의 배경으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주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가 본격화된 결과로도 해석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조선과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강화하고 미래 성장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 중공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주요 사업을 IT·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자율운항, 친환경 추진 기술 등 미래 핵심 기술을 각 사업에 접목하며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과 HD건설기계 출범을 통해 사업 체계도 재정비했다.
안정적으로 추진 중인 중장기 성장 전략에 더해 조선과 전력기기 양대 축의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면서 그룹 가치는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조선업 호황과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기업가치 재평가 움직임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전력기기 모두 중장기 수요 기반이 탄탄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실적 성장의 지속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선제적 투자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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