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표류 광주 군공항 이전, 마침내 ‘해결의 문’ 열렸다
이재명 정부, 국가 현안으로 전환…정부 중재·지원책 마련 속도
민형배 시장 신뢰행정으로 무안군 설득…이전후보지 선정 견인
2026년 08월 28일(금) 22:30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민형배 전남광주시장, 김산 무안군수 등 참석자들이 28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2회 광주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10년 넘게 출구를 찾지 못했던 광주 군공항 이전이 이재명 정부 들어 사실상 해결을 향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간 광주·전남과 무안의 이해관계에 갇혀 있던 군공항 이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현안’으로 끌어올려 물꼬를 텄고,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은 무안군의 선결조건 이행 요구로 교착 상태에 빠진 현안을 이어받아 완결 단계까지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방부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2회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광주 군공항 이전후보지로 의결했다.
2014년 광주시가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한 지 12년 만이다. 지난 4월 예비이전후보지가 된 망운면 일대가 이번에 ‘예비’를 떼면서 주민투표와 유치 신청, 최종 이전부지 선정이라는 법정 절차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장기간 공전하던 군공항 이전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꾼 계기는 이 대통령의 개입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25일 광주·전남 타운홀미팅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에만 맡겨서는 풀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보고 대통령실과 국방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하는 6자 협의체 구성을 주문했다.
이후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같은 해 12월 17일 정부와 광주시·전남도·무안군은 광주 군·민간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에 합의했다.
무안군이 요구해온 민간공항 우선 이전과 1조원 규모 지원, 국가산단 조성 등을 정부 지원 패키지에 담은 것이 협상의 결정적 돌파구가 됐다. 지자체끼리 이전 부지와 부담을 놓고 맞서던 구조를 중앙정부가 지원책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순탄할 것 같았던 광주 군공항 이전은 다시 한번 고비를 맞았다. 지난 4월 망운면이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됐지만 무안군이 민간공항 선 이전과 1조원 지원, 국가산단 조성 등 3대 선결조건의 구체적인 이행을 요구하면서 이전후보지 선정위원회에 두 차례 불참해 사업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꼬였던 군공항 이전 문제가 급물살을 탄 계기는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이었다.
이 대통령은 민 시장과 대화 과정에서 다시 전면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군공항 이전 추진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이미 합의한 사업에 무안군이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주문했다.
민 시장도 이 자리에서 무안군의 3대 요구 가운데 민간공항 이전과 1조원 지원 문제는 큰 틀에서 정리됐고 국가산단 문제가 남아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전남광주시는 국가산단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한 분양 지원 방안 등도 제시했다. 다음 날 김산 군수는 대통령의 요청을 언급하며 정부·전남광주시와 책임 있게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초대 전남광주통합 시장으로 바통을 넘겨받은 민 시장은 뚝심과 신뢰행정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냈다.
민 시장은 지난 8일 무안에서 김산 군수와 비공개로 만나 군공항 이전과 3대 선결조건, 무안국제공항 정상화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추진 시기와 규모, 속도 등에 원칙적으로 큰 이견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군공항 이전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이 회동을 계기로 김 군수가 향후 5자 협의와 이전후보지 선정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멈췄던 선정위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결국 이 대통령이 국가 책임이라는 원칙을 세워 협상의 판 자체를 바꿨다면, 민 시장은 이미 마련된 정부·지자체 합의를 이어받아 무안군과의 접점을 넓히고 중단됐던 후속 절차를 다시 잇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정부의 후속 조치도 속도를 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무안군 현경면 일원 3.47㎢(105만평)를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 6자 협의체 합의에 담긴 ‘무안 국가산단 신속 지정’을 구체화한 조치로, 무안군이 군공항 이전의 핵심 조건 가운데 하나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다만 군공항 이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정부와 전남광주시는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무안군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거쳐 유치 신청과 최종 이전부지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방부는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이전사업지원위원회를 통해 ‘1조원+α’ 규모의 지원 방안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12년 동안 특정 지역을 공식적인 이전후보지로조차 정하지 못했던 사업이 주민투표를 눈앞에 둔 단계까지 왔다는 점에서 이날 결정의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장기 현안을 국가 의제로 끌어올리고, 전남광주시장이 지역 당사자와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중앙정부의 결단과 지방정부의 조정’이 맞물리면서 광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현안이 해결의 문턱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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