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low
10년 전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요양사업 진출 결정이 현재 KB라이프생명의 시장 점유율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타 금융지주계열 생보사들이 사업 진출을 타진하는 단계에 머무른 반면 KB라이프는 다년간의 실운영 데이터에 기반해 생명보험업의 본질인 생애주기 관리와 요양 인프라 결합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2일 KB라이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라이프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도심형 요양시설 풀라인업을 바탕으로 2025년 기준 216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경쟁사인 신한라이프가 지난 1월 하남 미사에 1호점을 개소하고 하나금융지주가 착공 단계에 머무른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인프라 격차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10년 전 선구안이 자리하고 있다. 2016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로 취임한 양 회장은 다가올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은퇴·노후준비 활성화 태스크포스(TFT)를 직접 가동했다. 1년 여 간 학계 자문과 해외 선진 요양시설 벤치마킹을 거치고 요양사업을 핵심 신사업 과제로 낙점, 금융권 최초의 요양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요양사업은 손해보험 산하에서 인큐베이팅 되며 내실을 다졌다. 2023년 10월 KB라이프 산하로 100% 이관되며 사업의 구조적 명분과 시너지를 마침내 완성했다. 단기적인 사고를 보장하는 손해보험과 달리 생명보험은 사람의 생애주기와 노화, 사망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특히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선지급해 요양비로 유동화할 수 있는 생명보험업 특유의 상품 구조는 요양 인프라와 교집합을 이뤘다. 여기에 합병을 통해 유입된 기존 푸르덴셜생명의 고액 자산가(VIP) 고객군이 도심형 프리미엄 요양원의 확실한 대기 수요층으로 맞물리면서 보험 가입이 곧 수준 높은 노후 돌봄으로 직결되는 생보업계 유일의 독자적 생태계가 구축됐다.
2019년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개소식. 양종희 회장(당시 KB손보 대표, 우측에서 두 번째)이 기념 케이크를 컷팅하고 있다. 사진=KB손해보험
7년 데이터가 부른 '삼성전자'…프리미엄 요양보호사도 육성
하드웨어 역량은 2019년 문을 연 위례빌리지를 시작으로 7년간 축적된 유닛 케어 시스템 운영 데이터가 핵심이다. 방대한 실운영 경험은 거대 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이끌어내는 소프트파워로 직결됐다. KB라이프생명은 KB라이프타워에 위치한 에이지테크랩을 전초기지 삼아 삼성전자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요양사업 진출을 노리는 삼성전자에게 다수의 오프라인 시설을 가진 KB는 인공지능과 스마트싱스 가전을 실험할 가장 매력적인 테스트베드다. 디지털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에서 단순 협력을 넘어 양사가 확실한 윈-윈 구조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소프트파워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인력 육성이다. 요양산업의 본질이 대면 서비스에 있는 만큼 외부 인력 채용에만 의존하는 기존 관행을 탈피했다. 체계적인 아카데미 교육과 실습을 거쳐 요양보호사와 간호 인력을 프리미엄 케어에 걸맞게 직접 육성하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하드웨어 인프라에 수준 높은 인적 자원을 결합해 서비스 품질의 편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출처=각 사, 편집=홍인택 기자
치매 신약부터 시설급여까지…본업 생태계 귀속 완성
KB라이프생명이 구축한 요양 인프라는 이날 출시한 간병인보험을 통해 보험 본업의 시너지 생태계로 직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와 장기요양, 건강을 통합한 맞춤형 정기보험은 최저 월 3만원대로 가입 문턱을 낮추면서도 보장 공백을 없앴다. 특히 치매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고가 신약인 레켐비 치료비를 최대 3200만원까지 보장해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였다.
핵심은 시설급여 특약을 통한 자물쇠 효과다. 장기요양등급 판정 시 진단비와 함께 복합재가급여, 치매전담형 시설급여, 시설 식사재료비까지 촘촘히 보장한다. 자체 운영하는 프리미엄 요양시설이 존재하기에 고객이 KB골든라이프케어 시설로 입소하는 문턱을 낮추는 재정적 징검다리로 작동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KB는 이미 자체 인프라와 보장성 보험을 연동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요양시설이라는 하드웨어가 강력한 보험 영업 마케팅 무기로 전환되며 생태계를 구축한 셈"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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