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경/뉴시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앞두고 금융회사에 계열사 상품의 부당한 우대를 막고, 가입자의 장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운용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외형 경쟁보다 운용성과를 바탕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이 공동 개최한 '2026년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서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시장점검회의 참석으로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공유하고 금융권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근로복지공단과 하나·신한·KB국민·우리은행, 삼성·한화·교보생명,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9개 퇴직연금사업자가 참석했다.
정부는 퇴직급여의 사외적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수익률 개선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사업주, 전국 단위 노사단체 등이 수탁회사를 설립해 퇴직연금 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품 선정부터 사후점검까지 투명하게"
이 원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에 참여하려는 금융회사에 ▲이해상충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건전한 영업질서 확립 ▲재무건전성 확보 ▲수탁자 책임 강화 등을 당부했다.
그는 "계열사나 영업상 이해관계로 특정 금융회사나 상품이 부당하게 우대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정절차와 사후점검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내부통제의 실제 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입자 유치 과정에서는 단기적인 외형 확대보다 운용성과를 중심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입자가 운용성과와 위험, 비용을 충분히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특별한 이익 제공 등 과당 경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수탁법인의 재무적 여력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초기 수익기반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초기비용과 운영부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결권 행사와 위탁운용사 선정·평가에서도 가입자의 장기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수탁법인의 운용·관리 재량이 확대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인가 준비기간 필요"…노동부, 이달 법 개정 추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30년까지 추진하는 전 사업장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퇴직연금을 처음 도입하는 영세 사업장이 제때 가입하고 적립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와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금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연금 수령에 필요한 정보와 상품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노동자의 수급권 보호를 위해 수탁법인에 엄격한 수탁자 책임을 부과할 계획이라며, 가입자 이익 우선 원칙이 실제 적립금 운용에 반영되도록 준비해 달라고 밝혔다.
참석 사업자들은 영세 사업장 지원을 위한 민관 합동체계 구축과 기금형 퇴직연금 인가를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 확보를 요청했다. 다양한 연금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하고,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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