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빅테크 기업들의 차입 부담을 둘러싸고 시장의 경계감이 커지는 가운데 오라클이 추가 자금조달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신용위험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채권가격은 이후 약세를 보이는 등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오라클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8일 274.365bp(1bp=0.01%포인트)를 기록해 전날보다 22.2bp 하락했다. 이는 약 9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CDS는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의 신용파생상품이다. 프리미엄이 낮아졌다는 것은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줄었다고 시장이 평가한다는 의미다.
오라클의 신용위험이 개선된 것은 추가 차입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앞서 지난달 28일 2030년 5월 말까지 추가 자본시장 조달 규모를 총 200억 달러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2일 CNBC에 따르면 오라클은 채권과 신주 발행을 통해 200억 달러를 조달하는 계획이 담긴 서류를 미 규제 당국에 제출했다. 이 자금은 설비 투자와 부채 상환, 인수,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또한 오라클은 고객 선급금과 공급업체 금융 등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초기 현금 부담을 줄이고 2029회계연도부터는 자체 현금흐름으로 성장 투자를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막대한 AI 설비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차입을 계속 늘려야 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일부 누그러뜨린 셈이다.
그러나 AI 투자 확대에 따른 시장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MS의 신규 회사채가 발행 직후 약세를 보인 것은 대표적이다. MS가 지난달 29일 9년 만에 추진한 2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회사채 발행에는 한때 1150억 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발행액의 4배가 넘는 수요가 집중됐지만 이튿날 유통시장에서는 MS의 채권가격이 하락했다. MS가 발행한 5년물과 10년물, 30년물 등에서 신용스프레드가 발행 당시보다 2~3bp 확대됐다. 이는 아마존과 인텔의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에서 AI 자산의 가격 급락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와 기술기업 임원들이 풋옵션 등을 활용해 손실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풋옵션은 투자자가 미래의 특정 시점까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파생상품으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글로벌마켓츠에 따르면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의 풋옵션 거래량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현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8년 만기에 행사가격이 35달러인 풋옵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코어위브 주가가 최근 55달러 안팎에서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큰 폭의 주가 하락에 대비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스티븐 솔라카 게이트웨이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스 수석부사장은 “하락 위험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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