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윤 정치부 차장
집권 2년 차 이재명 정부의 경제지표는 화려하다.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9300억 달러로 연간 수출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경제성장률도 2021년 이후 5년 만에 3%대 진입이 예상된다. 대규모 초과세수까지 전망되면서 재정 여력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70%에 육박했다가 최근 조사에서는 30%대까지 떨어졌다.
여권 내에서는 경제지표는 상승하는데 민심은 멀어지는 현실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경제적 성과에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만큼 집권 세력의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성과가 뒷받침되는 만큼 정치가 제 역할을 한다면 민심을 회복할 기회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두 해석 모두 결국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민주당 정책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불만 중 하나는 정치가 경제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증시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내놓아도 지금은 조희대 이슈에 모두 묻힌다”며 “지역구에 가보면 민주당은 여전히 윤석열 세력과 싸우고 있는 줄만 알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지층 분열로 지금은 무엇을 해도 표시가 안 난다”며 “당 내부 분열부터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에도 여권 지도부는 당 안팎의 갈등을 수습하기보다 책임 공방에 매몰돼 있다. 당내 갈등은 유시민 작가와 정청래 전 대표에게, 야권 지지층의 결집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정책 혼선은 물러난 청와대 참모에게 책임을 돌리는 식이다.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니 갈등을 매듭지을 계기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6·3 지방선거 평가 백서는 여권의 한계를 뚜렷이 드러낸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겠다며 평가위원회를 꾸렸지만 선거가 끝난 지 다섯 달 가까이 지나도록 백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대통령 공소 취소를 위한 의원들의 행동, 스타벅스 불매운동 등이 서울시장 선거 패인으로 거론되자 지도부가 백서 발간을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평가위 관계자는 “누구보다 평가를 공정하게 했다고 자부한다”며 “그럼에도 지도부가 백서를 발간하지 않는 것은 정치의 후퇴이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선 전 반등 기회는 있지 않을까요? 세수 등 실탄도 막대하고 경제 흐름도 좋고요.” 한 여권 인사의 말처럼 민심을 되돌릴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등을 매듭짓지 못하는 남 탓의 언어로는 현재 집권 세력과 지도부에 기회가 주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제는 숫자로 성과를 증명하지만 정치는 국민의 신뢰로 평가받는다. 수출 1조 달러를 앞두고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부에 필요한 것은 남 탓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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