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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명 구하는 소방관 건강 지키려면 "활동 방해 엄벌해야"

지난해 11월 김해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던 60대 남성이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당시 구급대원이 상태를 확인하려고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남성은 주먹으로 구급대원의 얼굴을 때렸다.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소방당국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이 남성을 고발했다.

생명 구하는 소방관 건강 지키려면 "활동 방해 엄벌해야"

‘찾아가는 상담실’ 1관서 1상담사 확보

경남소방, 진주에 ‘심리지원시설’ 예정

매해 전국 소방대원 폭행 200여 건 발생

“국민 구조체계 방해 행위…처벌 강화를”

창원소방본부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창원소방본부

지난해 11월 김해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던 60대 남성이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당시 구급대원이 상태를 확인하려고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남성은 주먹으로 구급대원의 얼굴을 때렸다.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소방당국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이 남성을 고발했다. 창원지방법원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생명을 구하러 출동한 소방대원이 오히려 폭행과 폭언, 참혹한 현장 목격으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고 있다. 소방대원의 안전과 마음 건강을 지킬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공무원의 마음 건강과 현장 안전 문제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소방대원은 구조·구급활동 중 폭언·폭행에 노출되는 데다 반복되는 참혹한 현장 목격으로 외상까지 겪는 만큼 소방대원의 신체적 안전과 정신적 회복을 함께 보장할 지원체계 강화가 과제로 떠오른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의 마음건강을 돌볼 상담 인프라와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병도(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을)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소방청 ‘찾아가는 상담실’ 상담 건수는 2020년 4만 8026건에서 2024년 7만 9453건으로 4년 사이 3만 1427건 늘었다.

소방청은 늘어나는 상담 수요에 대응해 상담사를 2020년 72명에서 2022년 88명, 2023년 102명, 2025년 128명으로 증원했지만, 전국 소방관서가 268곳인 점을 고려하면 ‘1관서 1상담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남은 상담 인력을 꾸준히 늘려 관서당 1명 이상 상담사를 확보했다. 경남소방본부 자료를 보면 ‘찾아가는 상담실’ 상담사는 지난해 9월 말 17명에서 올해 9월 말 23명으로 6명 늘었다. 경남소방본부 관할 관서는 19곳이다.

같은 기간 연 1회 일대일 심리상담을 받은 인원은 3796명에서 3834명으로 늘었다. 심층상담 인원도 422명에서 523명으로 101명 증가했다.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개인상담은 연 1회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게 돼 있다”며 “정기상담 뿐 아니라 심층상담을 통해 고위험군 예방 등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소방본부 역시 관서 5곳 직원 1104명을 대상으로 연 1회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사 6명을 배치해 관서당 1명 이상의 상담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7월 3일 창원 의창구 대산면 대방리 한 장갑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소방대원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창원소방본부

경남소방은 전담 심리지원시설도 추진하고 있다. 진주시 집현면 옛 덕오초등학교 터에 1만 1087㎡, 건축면적 700㎡ 규모로 소방심리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센터는 상담, 심리 안정·이완 훈련, 교육 공간 등을 갖춘다. 올해 건축 기획용역을 진행하고 2028년 설계에 들어가 2032년 3월 준공, 같은 해 4월 운영을 목표로 한다.

현장 소방대원 폭행, 구조 활동 방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특히 구급대원 폭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소방청 자료를 보면 전국 구급대원 폭행 피해는 2023년 249건에서 2024년 269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97건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연간 200건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소방활동 방해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도소방본부 자료를 보면 방해활동 접수 건수는 2024년 6건에서 2025년 10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10월 기준 7건이 접수됐다. 창원소방본부 구급대원 폭행 건은 2024년 6건, 2025년 10건, 2026년 10월 기준 7건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구급대원 폭행 등 소방활동 방해 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피해 대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수사·고발하고, 가해자 형사처벌을 추진한다. 대부분 주취 상태를 이유로 선처를 요구하나, 폭행을 막고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소방대원이 12일 오후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에서 급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무관용 원칙을 넘어 실질적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청의 2020~2024년 소방활동 방해 처분 현황을 보면 전국 처분 1350건 가운데 벌금형이 47.6%(639건)로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는 19.3%(260건), 징역형은 7.6%(102건)이었다.

같은 기간 경남은 전체 54건 가운데 벌금형이 37%(20건), 집행유예가 33.3%(18건), 징역형이 13%(7건)이었다.

도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소방대원 폭행은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한 폭행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구조·구급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무관용 원칙에 따른 엄벌 탄원에 그칠 게 아니라 구급활동 방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강력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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