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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李대통령, 인도·베트남 순방 마치고 귀국…'실용외교'로 경제영토 넓혔...

이 자리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자동차·전기전자 중심의 기존 협력을 조선·철강·AI·IT·소비재·문화 콘텐츠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은 인도 현지에서 첨단 제품 생산과 혁신 R&D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李대통령, 인도·베트남 순방 마치고 귀국…'실용외교'로 경제영토 넓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1일(현지시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5박 6일 간의 인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24일 밤 귀국했다.

이번 순방은 글로벌 사우스 핵심국과의 협력을 통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외연을 넓히고, 공급망·첨단산업·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경제안보 협력을 구체화한 계기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인도·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을 구체화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인도에서는 세계 4위 경제 규모라는 잠재력에 발맞춰 제한적이었던 교역·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기업 진출 지원 통로를 마련했고, 베트남에서는 그간 긴밀하게 구축된 경제협력을 원전·철도·인공지능(AI)·핵심광물 등 미래 전략 분야까지 확장했다.

◆인도 '교역액 500억달러' 기반 마련…CEPA 개선 가속·산업협력위 신설

이 대통령은 인도를 국빈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10년’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은 8년 만으로, 역대 정부 출범 이후 최단기간 내 성사됐다.

이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공동 언론발표에서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인도가 상호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최적의 전방위적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데 서로 공감했다"고 밝혔다.

성과의 핵심은 협력의 틀을 새로 짠 데 있다. 양국은 장관급 경제협력 플랫폼인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하고,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250억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을 2030년까지 5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산업협력위원회는 무역·투자뿐 아니라 핵심광물, 원전, 청정에너지 등 전략 분야 협력까지 다루는 컨트롤타워 성격을 갖는다. 양국은 경제안보 대화도 출범시켜 공급망 회복력과 시장 다변화,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선·금융·AI·방산 등 전략산업 협력도 구체화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력과 인도의 조선·해양 육성 정책을 결합해 인도 조선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고, 디지털 브릿지 프레임워크를 통해 AI·데이터 거버넌스·디지털 비즈니스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기업 진출을 위한 실질 장치도 나왔다. 모디 총리는 한국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 애로를 듣고 인도 총리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을 초청해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한국 기업주간'을 열어 양국의 소통 통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인도와의 경제협력이 잠재력에 비해 아직 아쉬운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인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이번 순방을 통해 협력의 구조와 통로를 새로 연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영빈관에서 총리 주최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댸)

◆베트남과 미래산업·경제안보 '맞손'…원전·철도·AI로 확장

베트남 방문은 인도와 달리 이미 깊게 구축된 경제협력을 미래산업과 경제안보 분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베트남은 한국의 3위 교역·투자 대상국이자, 1만개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한 글로벌 공급망 핵심 거점이다.

이 대통령은 럼 베트남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한층 심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그간 양국 국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이룬 양적인 성과를 질적으로 전환해 지속 가능한 공동 번영의 미래로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교역·투자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 핵심광물 협력, 원전, 전력 인프라, 고속철도, 신도시, 신공항 등 베트남의 국가 발전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상회담 계기로는 총 12건의 협력 문건이 체결됐다. 과학기술혁신 협력 마스터플랜 프레임워크, 디지털 협력 MOU, 물 안보 협력 MOU 등이 포함됐다. 양국은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AI 등 분야 공동연구와 인재 양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시적 경제 성과도 나왔다.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에너지, 인프라, K-소비재 등을 아우르는 74건의 MOU가 체결됐다. 현대로템이 호치민시와 3억3000만달러 규모의 도시철도 차량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양국 인프라 협력의 마중물로 평가된다.

원전 협력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베트남 측 요청에 따라 한전은 원전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고,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원전 금융 협력 MOU도 체결했다. 양국은 신규 원전 건설 방안과 원전 공급망 구축, 금융 지원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베트남은 우리의 3위 교역 투자 대상국이자 1만 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이 "교역·투자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 양국 협력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레 민 흥 총리가 23일(현지시간)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기업인 사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韓 기업 총출동…정상외교 결합해 민간사업 구체화

이번 순방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거 동행하며 실용외교의 전면에 섰다. 인도 일정에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포스코·HD현대·효성·크래프톤 등 주요 기업들이 참여했고, 베트남 일정에는 삼성전자·SK·LG·롯데·포스코·HD현대·GS·CJ·효성·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현대차·네이버 등이 함께 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모디 총리가 정상회담 뒤 열린 공식 오찬에 양국 주요 기업인들을 직접 초청한 점이 눈에 띈다. 당초 별도 경제인 대화가 예정돼 있었지만, 모디 총리 제안으로 양국 정상이 기업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이례적 형식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자동차·전기전자 중심의 기존 협력을 조선·철강·AI·IT·소비재·문화 콘텐츠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은 인도 현지에서 첨단 제품 생산과 혁신 R&D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현대차는 신흥시장 종합 R&D센터 건립 계획을 소개했다. 포스코는 JSW그룹과의 일관제철소 합작 건설 추진을, HD현대는 중형 조선소 건설 투자 검토를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는 민간 협력이 보다 구체적 사업으로 이어졌다.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과 사전 간담회에서는 반도체·AI·원전·전력망·도시개발·스마트시티·데이터센터·K-푸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전 간담회에서 "베트남의 성공은 삼성의 성공이라는 믿음 아래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SK는 AI 데이터센터와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제조 혁신을, 네이버는 AI 인재 양성과 기술 이전 협력 의지를 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 신규 원전 건설의 최적 파트너임을 강조했고, 대우건설은 고속철도와 원전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베트남의 미래가 곧 한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미래 첨단산업의 씨앗을 함께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은 우수한 생산 역량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세계적인 제조 거점"이라며 "이런 강점이 한국의 첨단산업 기술과 결합한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하고 미래산업 생태계를 함께 완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측도 반도체, AI, 청정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분야 투자를 요청했다. 레 밍 흥 총리는 한국 기업에 질적·심화형 투자 확대와 기술 이전, 글로벌 가치사슬 공동 참여를 제안하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 대정원에서 열린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에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모디 총리·럼 서기장과 정상 신뢰 구축…성과 이행 기반 마련

정상 간 신뢰 구축도 이번 순방의 주요 성과다. 인도에서는 소인수 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며 1시간을 넘겼고, 양 정상은 국가 발전 비전과 경제 협력, 국제 정세를 폭넓게 논의했다.

모디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따뜻한 기억과 기대를 표했고, 이 대통령은 "소년공과 짜이왈라(차 장수)가 만났다"며 모디 총리와의 유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모디 총리의 방한도 제안했고, 모디 총리는 이에 화답했다.

베트남에서는 상호 첫 국빈 방문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됐다. 럼 서기장은 지난해 한국 정부의 첫 국빈으로 방한했고, 이 대통령은 베트남 신지도부 출범 후 첫 국빈으로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양국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주는 특별한 장면"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럼 서기장뿐 아니라 레 밍 흥 총리, 쩐 타인 먼 국회의장과도 면담하며 행정·입법 차원의 협력 기반을 다졌다. 흥 총리에게는 한국 기업의 안정적 경영 환경과 원전·교통인프라·에너지 협력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고, 먼 의장에게는 양국 합의 이행을 뒷받침할 의회 교류와 베트남 내 한국 기업·국민 권익 보호를 요청했다.

이번 순방은 선언적 외교보다 경제적 실익과 산업 협력에 무게를 둔 일정이었다. 인도에서는 거대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와 채널을 만들었고, 베트남에서는 이미 구축된 생산·투자 협력을 첨단산업과 에너지·인프라 협력으로 확장했다.

공급망 재편, 중동 정세 불안, 보호무역 확산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도와 베트남을 잇는 협력 축을 확보한 점도 의미가 있다.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큰 전략 시장이고,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핵심 생산 거점이자 아세안 공급망의 중심축이다.

다만 성과는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CEPA 개선 협상, 한국 전담 데스크, 산업협력위원회, 원전·철도·AI 협력,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등이 실제 기업 투자와 수출 확대,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져야 순방 성과가 완성된다.

인도에서는 새 시장을 여는 통로를 만들고, 베트남에서는 기존 성공 모델을 미래산업 협력으로 끌어올린 만큼, 정부가 정상 간 합의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행하느냐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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