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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흥미로운 생물자원] 한강납줄개, 유전다양성이 알려준 생존의 지혜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외계생물처럼 살아있는 다른 동물의 몸속에 알을 낳는 동물이 있다. 전 세계에 60여 종이 분포하고 있는 잉어목 납자루과의 물고기들이 그렇다.

[흥미로운 생물자원] 한강납줄개, 유전다양성이 알려준 생존의 지혜

▲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한강납줄개'.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외계생물처럼 살아있는 다른 동물의 몸속에 알을 낳는 동물이 있다. 전 세계에 60여 종이 분포하고 있는 잉어목 납자루과의 물고기들이 그렇다.

국가생물종목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6종의 납자루과 물고기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체의 몸길이가 10cm에 불과한 이 작은 물고기들은 살아있는 민물조개의 아가미에 산란하고, 1달여 간의 발달 과정을 거친 뒤 산란장이었던 조개에서 탈출하여 다시 대를 이어가는 한살이를 보낸다.

그중 '한강납줄개'는 이름처럼 2001년 한강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들은 한여름에도 물의 온도가 낮은 환경을 선호하는 생태적 특성을 갖고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하천 수온 상승으로 인해 개체수 감소가 예측되는 대표적인 종이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는 2012년 한강납줄개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동안 한강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이들은 2010년대에 들어서며 한강 바깥의 충남 보령 대천천 상류와 청양의 삽교천 상류 무한천에서도 발견되었다. 한강에 제한적으로 출현하던 이들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대천천, 무한천 등지에서 나타나게 된 것일까? 처음에는 사람에 의한 이동이 아닌가 의심되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각지에서 발견된 한강납줄개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2012년부터 각각의 집단이 처한 상황을 유전 다양성을 통해 모니터링하였다. 그 결과 한강 수계 집단과 대천천·무한천 수계 집단이 유전적으로 뚜렷이 갈라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두 집단이 아주 오랜 세월 따로 떨어져 각자의 길을 걸어왔고 대천천, 무한천의 집단이 오랫동안 고립됐음을 뜻한다. 즉, 한강 바깥의 한강납줄개는 사람에 의해 이식된 것이 아니라 본디 자생하던 것임을 나타낸다.

한편, 강폭이나 수심이 한강에 비해 협소한 대천천, 무한천 한강납줄개의 유전다양성 수준은 한강의 한강납줄개와 비교했을 때 그리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질병에 맞서는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를 살펴본 결과에서도 두 집단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각 지역의 개체가 서로 다른 병원체에 저항하는 면역 체계를 다르게 발전시켜 왔다는 명확한 증거다. 결국 두 집단은 단지 멀리 떨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대천천, 무한천의 한강납줄개가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이들이 살아남은 것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 같은 접근은 '생물의 유전 다양성을 평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관리하자'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한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와도 부합한다. 이렇듯 유전 다양성을 들여다보는 일은 생명이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남아 왔는지를 엿보는 창이라 하겠다. 과학이 밝혀낸 이들의 생존 전략이 먼 훗날에도 다양한 생명체가 우리 강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지혜로 남기를 바란다.

▲ 전형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전형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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