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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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일·프 정상의 '경제안보' 합의
이란전쟁과 서방 동맹의 균열
일본, 새로운 생존전략 고민
2026년 4월 1일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월 3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본 도쿄를 찾았다. 이튿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프랑스는 에너지 안보,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우주를 아우르는 '포괄적 경제안보 협력'에 합의했다. 핵융합과 차세대 원자로 개발, 희토류 중심의 공급망 다각화, 군민 양용 AI 기술 협력이 합의의 핵심 내용이다. 양국은 이러한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기업 간 연계를 지원하는 차관급 대화 채널도 신설하기로 했다. 프랑스로서는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6월 에비앙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과의 연대를 다지려는 의도이겠으나, 이 만남을 추동한 보다 근본적 배경은 따로 있다. 바로 미국이 주도해 온 기존 동맹 질서의 오작동, 즉 생각보다 깊게 파인 서방 동맹의 균열이다.
최근 이란 전쟁 과정에서 드러난 동맹의 파열음은 심상치 않다. 스페인은 미국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차단하고 군사기지 사용도 거부했다. 영국 의회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물론 유럽이 미국을 대체할 안보 역량을 갖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러시아의 위협 앞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대신할 수단은 여전히 부재하며, 유럽 내부의 분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동맹을 '가치 공동체'가 아닌 자국 이익을 위한 거래 대상으로 다루는 미국의 행보에 유럽의 인내는 임계점에 달했다. 특히 미국이 동맹의 안전보장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만을 전가하는 거래적 외교로 선회하면서, 우방국들의 불안감은 이제 실존적인 공포로 바뀌고 있다.
일본 외교 역시 이 거대한 기류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본 외교의 절대적 기축은 예나 지금이나 미일동맹이다. 안보와 경제, 외교 노선 전반이 미일동맹이라는 거대한 전제 위에서 설계되어 있다. 다카이치 정권 역시 이 기조를 계승하며 공식 석상마다 동맹의 공고함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지식인 사회 저변에서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미일동맹을 절대시하던 주류 담론의 한복판에서 "미국이 더 이상 가치의 수호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는 방향은 옳지만, 만약 미국 스스로가 그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자가 된다면 일본도 동맹의 틀에만 갇혀 있을 수 없다. 미일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외교 공간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흔들리는 동맹의 틈을 메우려는 움직임은 유럽과 아시아의 중견국들 사이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 목소리를 일본 외교의 대전환으로 읽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일본의 대미 의존 구조는 결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과거 아베 외교의 본질은 미일동맹 강화와 가치 공유국 연대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가동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지금 이 두 축이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틈새에서 일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제 막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동맹의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생존 전략을 채워 넣어야 하는 숙제가 던져진 셈이다. 이번 일본·프랑스 정상회담은 그 추상적 물음이 경제안보라는 현실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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