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 인프라 호황을 등에 업고 효성중공업 주가가 300만원을 돌파해 재계 관심이 뜨겁다. 최근 실적, 수주가 날개를 달며 효성중공업 성장세를 이끌어온 조현준 효성 회장(58) 경영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1968년생/ 예일대 정치학과/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 석사/ 효성 전략본부 상무/ 효성 무역PG장/ 효성 섬유·정보통신PG장 겸 전략본부장(사장)/ 2017년 효성 회장(현) (일러스트 : 정윤정)
효성중공업 주가 300만원 돌파
지난해 초 이후 7배 폭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지난 4월 13일 전 거래일 대비 11만8000원(4.01%) 오른 30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효성중공업은 직전 거래일인 4월 10일에도 장중 307만2000원을 기록했지만, 종가 기준 3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효성중공업 주가는 그동안 드라마틱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7월 14일 처음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이후 불과 3개월 만인 10월 30일 210만원을 넘어서며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한동안 조정을 거친 뒤 올 1월 다시 200만원 선을 회복했고 급기야 300만원까지 돌파했다. 지난해 초 주가가 40만원 선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7배 넘게 폭등했다. 코스피에서 종가 기준 3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아모레퍼시픽 이후 11년 만이다.
효성중공업 주가가 치솟은 것은 실적, 수주가 급증한 덕분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조9685억원, 영업이익 747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9%, 영업이익은 106.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5028억원으로 전년보다 125.6% 늘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특수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려,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 수출이 가파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중공업의 수주 잔고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1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효성중공업 매출은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수주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미국 송전망 운영 업체와 76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가 7800억원으로 한국 기업이 수주한 전력기기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멤피스공장과 한국 창원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2028년부터 2031년까지 공급한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내 765㎸ 초고압 변압기 시장의 최강자로 손꼽힌다. 지난해 미국의 한 전력 회사로부터 765㎸ 초고압 변압기와 800㎸ 초고압 차단기 등 전력기기 ‘풀 패키지’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미국에 설치된 765㎸ 초고압 변압기의 절반가량을 생산했다.
때마침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전망도 괜찮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가 속속 들어서며 전기를 공급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와 소형모듈원전(SMR) 건립 계획이 잇따라 나오는 중이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 공장 등에 송전하기 전 전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기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345㎸, 500㎸ 대비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증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내 전력 수요는 2024년 4151테라와트시(TWh)에서 2035년 5184TWh로 10년간 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미국 변압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2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2034년 257억달러(약 37조5000억원)로 두 배 넘게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765㎸급 초고압 변압기 가격은 150억원 수준으로 대당 60억~100억원 정도인 일반 변압기보다 훨씬 비싸다. 덕분에 수익률도 좋다. 재계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미국 빅테크들이 자체 전력망 구축에 나서며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했다”며 “중동 지역 재건 사업에 따른 수주 기대도 크다”고 진단했다.
美 멤피스공장 투자 주효
실적 잭팟에 주가 400만원 전망도
재계에서는 조현준 효성 회장의 발 빠른 투자가 이번 수주 잭팟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조현준 회장은 변압기 사업이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던 2020년 2월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멤피스공장을 4650만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조 회장은 미국 현지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조 회장은 “대당 1억원이 넘는 운송비용과 관세를 줄이려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멤피스공장을 인수한 후 효성은 세 차례 증설 과정에서 3억달러를 투자해 생산량을 늘렸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이뤄지는 3차 증설이 완료되면 멤피스공장은 미국 앨라배마의 HD현대일렉트릭 공장을 제치고 미국 최대 초고압 변압기 생산 공장으로 우뚝 선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 분위기도 괜찮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영국 스코티시파워와 85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275㎸ 이상 초고압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인도 시장에선 초고압 차단기 부문 50%, 800㎸ 이상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부문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효성중공업은 인도 경제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현지 푸네 차단기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호주 시장에서는 지난 3월 1425억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계약을 맺고 2027년 말 상업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효성중공업은 약 1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2024년 국내 최초로 200㎿급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시스템(HVDC) 국산화에 성공했다. 독자 기술로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경남 창원공장에 33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독자 기술로 시스템 설계, 기자재 생산까지 가능한 국내 유일 HVDC 토털 솔루션 제공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중공업 주가가 어느새 300만원을 넘어섰지만 증권가 시선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유진투자증권, LS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효성중공업 목표주가를 400만원 이상으로 높였다. 유안타증권은 기존 352만원에서 420만원으로 올렸다. 실적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대신증권은 올해 효성중공업 매출이 7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4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1분기 매출 예상치는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3%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2분기 이후 초고압 변압기 수주 확대로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3년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S증권은 미국 멤피스공장 매출 규모가 올해 4억달러, 2028년에는 6억~7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준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765㎸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는 효성중공업 멤피스공장 경쟁력이 부각되는 중”이라며 “고압송전 사업으로 고마진 계약이 늘어 이익 서프라이즈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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