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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율 보너스' 옛말… 물가 파도에 수출 이익 녹아내려

반면 반도체(0.978%)와 석유제품(0.677%)은 간접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핵심 원재료를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는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의 영향이 이미 직접효과로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환율 상황은...

'환율 보너스' 옛말… 물가 파도에 수출 이익 녹아내려

외환위기보다 긴 486일 고공행진

단기 반짝 수익 후 장기 침체 늪 우려

전남 수출 경제의 두 축인 여수 석유화학과 광양 철강은 고환율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산업 구조다. 사진은 여수 산단 모습.  전남도 제공.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통념과 달리,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이 수출 확대보다 수입 비용과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자극하면서 기업 전반의 채산성을 끌어내리는 구조가 확인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6일 발간한 ‘환율 변동이 수출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도원빈 수석연구원)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원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수출 실적과 재무 데이터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수출기업 약 2만여 개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단기엔 웃고 장기엔 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이 오르는 기업 비중이 61.8%로, 내려가는 기업(38.2%)보다 많았다.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큰 ‘순수출 기업’은 원화 환산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를 떠안은 공급사들이 납품 단가를 높이면서 국내 산업 전반의 물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한다. 이른바 '간접 파급효과’다. 이 효과까지 반영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기업 비중은 80.1%로 치솟는다. 단기에 수익성이 개선됐던 기업 대부분이 영업이익률 상승폭이 0~2%p대에 불과해, 물가 상승이라는 파도를 버텨내지 못하는 셈이다.

수익성 하락 폭도 커진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평균 하락폭은 단기 2.23%p에서 장기 2.68%p로 확대됐고, 중간값 역시 1.50%p에서 1.91%p로 늘었다.

자동차·석유화학 ‘간접 타격’ 가장 커

품목별로 보면 간접 파급효과의 명암이 엇갈린다. 자동차와 석유화학은 환율 10% 상승 시 생산자물가 간접 파급효과가 각각 2.324%, 2.344%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은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기보다 국내 협력업체들로부터 부품과 중간재를 조달하는 구조여서, 협력사들이 환율 상승분을 납품가에 전가하면 그 충격이 완성차 업체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반면 반도체(0.978%)와 석유제품(0.677%)은 간접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핵심 원재료를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는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의 영향이 이미 직접효과로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환율 상황은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이 288일 지속된 것이 역대 최장 기록이었으나, 이번 고환율 국면은 이미 486일을 넘어섰다. 2008년 금융위기(148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46일)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기업들의 체감도 수치로 확인된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4분기 실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에서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를 애로 요인으로 꼽은 기업 비중은 15.4%로, 직전 분기(9.9%)보다 크게 뛰어 2위를 차지했다. 또 2026년 경영환경 전망 조사에서는 '환율 변동성 확대'가 최대 리스크 요인 1위(43.5%)에 올랐으며,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도 '환율 안정'(47.7%)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정부에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최우선으로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고환율로 인한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운전자금 공급, 만기 연장, 금리 우대 등 무역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선물환·환변동보험 등 환헤지 수단의 비용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국제 투자은행(IB) 기관들은 최근 이란 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반영해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15원에서 1,441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고환율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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