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화요칼럼] 경도인지장애 극복 인문학 글쓰기

AI시대에도 인문학이 필요한가? 그렇다. 경도인지장애에도 인문학이 필요한가? 그렇다. 치매환자에게도 인문학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문학 공부의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사람이든 사람으로서의 가치 있는 삶과...

[화요칼럼] 경도인지장애 극복 인문학 글쓰기

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쓰기는 탐험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고

갈수록 배우게 됩니다.”

- E.L. 닥터로우

인문학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향을 세워두고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과 인문학 글쓰기를 준비한다. 대구 범물노인복지관(관장 우지연)에서 지역사회돌봄지원사업으로 해마다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올해에도 리더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프로젝트 참여 대상은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돌봄을 수행해야 하는 ‘수성구 거주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거노인 등’이 우선 대상자였다. 그러나 올해는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에 도전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가 평가 기준이다.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인지기능이 감퇴된 상태이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아직 치매라고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치매 고위험군 상태라 할 수 있다. 관리에 따라 치매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군이다. 정상노인의 경우 매년 1~2%만이 치매로 진행하지만, 경도인지장애인은 매년 약 10~15%가 치매로 진행한다. 또한 이 상태는 치매를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지만, 관리에 따라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예측!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우리는 도전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많이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문제는 부정적인 측면이다. 초고령사회 진입 1위, 자살율 1위, 저출산율 1위 등을 꼽을 수 있다. 머지않아 경도인지장애율 1위, 치매발병율 1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것만은 피할 수 없을까? 대책을 무엇일까? 미지수이지만 그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 바로 현대인의 책무가 아닐까?

한 사람의 생은 한 개의 도서관이고, 박물관이라고 한다. 도서관이나 박물관은 거대한 자료들의 집합체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으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내 스스로 찾아서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귀기울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인 경도인지장애인의 삶을 제대로 읽고, 듣고, 그들에게 말하게 하고 인생 쓰기까지 당도할 수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내 걱정은 늘 기우에 불과했다. 그럴 때마다 기뻤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고연령군이다. 76세에서 95세에 이르는 15명의 참여자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역사의 피해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분들이다. 가난하고 힘없던 나라에서 태어나 자유와 평등, 돌봄과 나눔, 가르침과 배움 등 기회에서 소외되었을 분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참여의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기쁘고 소중한 일이다.

수업은 참여자 중에는 처음 접하는 경험이 되기도 하는 글쓰기 작업의 비중이 크다. 그렇기에 그들이 동기를 부여받고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북돋우고 이끌어주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서전가’를 지을 것이다. 오승근의 노래로 애창되고 있는 “내 나이가 어때서”의 음률에 맞춰 노래하는 개작활동이다. ‘자서전가’는 한두 번의 합창만으로도 흥을 일깨우고 각자의 개성을 살린 ‘나의 자서전가’에 이어 인생 소명을 담은 ‘내 이름 삼행시’를 지어 발표하면서 자긍심을 되살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AI시대에도 인문학이 필요한가? 그렇다. 경도인지장애에도 인문학이 필요한가? 그렇다. 치매환자에게도 인문학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문학 공부의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사람이든 사람으로서의 가치 있는 삶과 사람답게 사는 것은 생각하는 힘을 강화시키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가능하다. 인문학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학문 분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가치 창조는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비록 나의 참여자들이 경도인지장애군이지만 그들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란 믿음과 희망의 끈을 잡는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