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식 사단법인 점프 이사
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 분기에 합산 100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한국 증시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다뤘듯, AI·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호황의 온기는 대구경북의 골목까지 내려오고 있는가.
대구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대구 기업의 절반 이상이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내수 부진이었다. 자영업 폐업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소매업과 음식업의 폐업률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중동 사태로 촉발된 고유가와 고환율, 고물가의 삼중고가 골목상권의 마진을 직접 깎고 있다. 동성로와 전통시장의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고, 폐업하는 것은 대부분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 자영업자다. 그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가 채우면서, 소비의 흐름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지 못하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 괴리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이다. 지금의 호황을 이끄는 것은 반도체, AI, 전력 인프라 등 수출 중심의 첨단 산업이다. 이 산업들의 생산과 고용은 수도권과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반면 대구경북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과 자영업은 내수에 의존하는 구조다. 수출이 호황이어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 이 지역의 체감경기는 바뀌지 않는다. 서비스업 72퍼센트라는 대구의 산업 구조가 바로 이 괴리의 뿌리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지역은 이미 첨단산업 전환과 골목경제를 하나의 전략으로 엮고 있다. 부산은 중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방산 수출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골목상권에 3년간 지속 투자하며 대학생과 소상공인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는 국가 AI 혁신거점 인프라를 활용해 소상공인에게 AI 바우처를 지급하고, 골목상권에 디지털 브랜드를 입히는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성과가 지역 안으로 순환하는 경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에도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는 정밀기계가공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로봇 연계 표준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소상공인 신용보증 규모를 2조 원으로 확대하며 서민경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는 첨단제조 스타트업 스케일업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노력들이 아직 하나의 전략으로 엮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대구의 로봇·AI 인프라와 경북의 제조 기반이 지역 내수 경제와 연결되지 않으면, 호황은 늘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남는다. 로봇·AI 기업이 들어서면 부품 납품, 장비 유지보수, 물류, 식음 등 연관 서비스 수요가 함께 생긴다. 이 수요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연결되는 순환 구조를 광역 차원에서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구경북이라는 이름 앞에는 늘 경제보다 정치가 먼저 붙었다. 그러나 이 지역이 진정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정치적 정체성이 아니라 경제적 자생력이다. 코스피 7000 시대에 이 도시의 골목이 함께 살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대구경북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첨단산업의 호황이 골목의 일상과 만나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이 이 지역의 다음 단계를 여는 진짜 경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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