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지적 균형감각에 심각한 악영향
나와 생각이 다른 다양한 의견들 들어야
열린 사고와 자세가 민주주의 지킬 수 있어
윤상오 단국대 교수
계엄 정국과 대통령 선거를 뒤로 하고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다시 정치의 계절이 열리고 있다. 크고 작은 모든 사안이 쟁점화되는 정치과잉 현상도 여전하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토론, 협상과 타협이 실종되고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편을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공존할 수 없는 적대세력 또는 악마로까지 본다. 상대편의 당선이나 집권에 나라가 망하거나 세상이 끝장나는 공포를 느끼거나, 우리 편이 집권했을 때 상대편을 제거하거나 정리하려 하기도 한다. 비상계엄도 이 때문에 발생했을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지며 사람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 가는 마당에 이런 일이 왜 발생할까?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AI)에서 찾을 수 있다. AI가 우리의 생각을 점점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주범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든 AI는 우리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학습한다. 사용자의 방문, 클릭, 검색, 추천, 구매는 물론이고 생활패턴과 습관, 친구와의 대화, 무심코 누른 '좋아요', 고민 없이 올린 댓글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학습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를 추론하고, 이에 맞는 정보만 쏙쏙 골라서 보여주고 콕콕 집어 추천해 준다.
사람들은 AI가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들려주는 것만 들으면서 그게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게 된다. 이것이 일라이 페리서(Eli Pariser)가 지적한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다. 사람들은 AI가 걸러서 보여주는 정보만을 편식하면서 점점 자신만의 정치적·이념적·사회적·문화적 거품에 갇혀 여론지각의 균형성을 잃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져 든다. 이는 대인관계의 편향성도 극대화한다. AI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서로 추천하고 연결시켜 그들끼리만 소통하고 공감하도록 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자신의 신념이 절대로 옳다는 확신에 빠지게 만든다. 이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동질감이나 유대감을 강화하는 동조효과(confirmation effect), 다른 생각이나 평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도 유발한다. 또한 지지하는 정치인을 무조건 따르는 정치적 우상숭배와 팬덤정치, 반대하는 정치인을 무조건 공격하는 정치적 악마화와 증오정치도 심화시킨다.
AI가 만드는 필터버블의 핵심은 정보의 진위여부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가가 정보 노출과 정보수용의 절대적 조건이 된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고위 관료나 정치인, 지식인들까지도 점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들며,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만 보게 만든다. 입맛에 맞으면 무조건 믿고 맞지 않으면 무조건 믿지 않는 경향이 강화되어,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이 점점 어려워지고 정치와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온갖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막말과 혐오가 난무하는 정치환경이 만들어지며, 대통령부터 정당의 대표나 유력 정치인, 성직자, 변호사, 인기 연예인, 유명 유튜버까지도 여기에 휩쓸려 들어간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시민들이다. AI에 세뇌당하여 나라 걱정에 잠 못 이루며 날마다 깃발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몽둥이 들고 법원에까지 쳐들어간다.
AI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우리의 인지적 균형감각과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AI가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일부러 AI에게 내 생각과 반대되는 질문을 하고, 반대되는 정보를 찾아보아야 한다. 열린 사고와 열린 자세만이 AI의 가스라이팅을 극복하고 정치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윤상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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