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연예술노동조합연맹 사무차장 인터뷰
아비뇽 페스티벌 기간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시위와 행진이 펼쳐진다. 14일(현지시간) 반파시스트 단체가 인종차별 반대 구호를 외치며 아비뇽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 노정연 기자.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CGT Spectacle(프랑스 공연예술 노동조합 연맹) 막심 세쇼 도 당 사무차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정연 기자
프랑스 아비뇽의 여름은 축제 그 자체다. 중세 성벽을 따라 수천 장의 공연 포스터가 빼곡히 붙고, 거리마다 분장한 배우들이 관객을 불러 모은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은 다채로운 무대로 주목받지만, 무대 뒤에는 38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무거운 장비를 나르고 땡볕에 무대를 설치하는 공연노동자들이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예술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이기도 하다.
무대 뒤 공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CGT Spectacle(프랑스 공연예술노동조합연맹)은 프랑스 최대 노조인 CGT 산하 조직으로, 프랑스의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연맹이다. 프랑스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로, 예술인 노동권 보호와 특수고용 예술인 실업보험 제도인 ‘앙테르미탕’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을 감시하고 집회와 파업도 조직한다.
14일(현지시간) 아비뇽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만난 막심 세쇼도당(Maxime Séchaud Do Dang) CGT Spectacle 공동 사무차장은 “공연예술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축제 기간 ‘인(In·공식초청)’과 ‘오프(Off·자율참가형)’ 프로그램 현장에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배우와 초청 예술가, 무대 기술직 스태프들이 초과 노동에 시달리지 않는지, 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안전 규정은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예술인과 스태프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노동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예의주시하는 영역은 ‘오프’ 프로그램이다. 지원이 안정적인 인 프로그램은 95% 이상 노동법이 준수되지만, 1500편이 넘는 작품이 참가하는 오프 프로그램은 사정이 다르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상당수 예술가들이 은행 대출까지 받아 극장 대관료와 숙박비를 마련한다”며 “배우와 스태프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프랑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문화예산 삭감을 추진하며 연맹의 행보가 더욱 바빠졌다. 연맹은 올가을부터 공연을 중단하는 중소 극단이 속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페스티벌 기간 아비뇽 거리에서 프랑스 정부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세쇼 도 당 사무차장은 “당장 9월부터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중소 극단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예년보다 두 배 가까운 문화예술 기관과 노동단체가 올해 아비뇽에 모인 것도 이런 위기 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CGT Spectacle이 발행하는 정기간행물. 프랑스의 미디어 거물이자 극우인사 뱅상 볼로레가 표지에 실렸다. 노정연 기자
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온으로 인한 공연 취소로 공연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사례가 늘어나며 기후위기 역시 새로운 노동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살인적인 폭염이 프랑스를 덮치며 지난 6월 학교나 극장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축제가 한창인 아비뇽의 한낮 기온도 연일 38도를 육박하는 중이다. 연맹은 페스티벌 기간 기술 스태프 등 공연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한낮을 피해 밤 시간에 작업하도록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프랑스 건설 노동자들은 실내 기온이 40도를 넘으면 법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임금을 보전받을 권리가 있지만, 예술계에는 아직 이런 법적 장치가 없다”며 “기후 위기로 인한 취소 사태 시 예술 노동자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CGT Spectacle(프랑스 공연예술 노동조합 연맹) 막심 세쇼 도 당 사무차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정연 기자
그는 친환경 전환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노동자에게만 비용과 희생을 전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가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후 디젤 트럭 운행을 제한하면서, 지방 순회공연을 다니는 소규모 극단과 음악인들은 약 3만유로(약 5000만원)에 달하는 친환경 트럭 구입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큰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예술가들은 사실상 공연과 무대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친환경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예술노동자들을 위한 투쟁과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아시아 언어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 최초의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하며 한국 문학과 공연예술을 집중 조명했다. 9개의 한국 작품이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돼 아비뇽에서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아시아권 언어인 한국어가 공식 초청 언어로 지정돼 한국 작품들이 공연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유럽 중심의 작품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아홉 작품도 부족한 것 같다. 더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노동단체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며 “한국의 한 젊은 여성 예술가(최고은 작가)가 생활고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예술가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해 국제적인 연대와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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