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원자재 공급망 ‘마비’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울산의 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관련기사 9면
설상가상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에 대한 참전을 공식화면서 ‘전세계 에너지 대동맥’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글로벌 물류 동맥’ 홍해마저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울산은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막히면 원유 등 원자재 공급망 붕괴로 인한 총체적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후티 참전으로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까지 통항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해상운임이 크게 오르게 된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비용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발틱 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27일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 유조선(VLCC) 기준 359.4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224.72) 대비 59.9% 급등한 수준이며, 연초(1월 2일 50.49)와 비교하면 약 7배 치솟았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중동 노선 운임도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728달러를 기록, 전주 대비 404달러 상승해 전쟁 직전의 2.8배 수준으로 올랐다.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 지표인 ‘발틱 항공화물 운임지수’(BAI)의 상하이 푸둥발 운임 지표도 전주 대비 12.3% 상승한 1천158을 기록하는 등 항공 화물 운임도 충격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를 지나는 선박 운항이 위축될 경우 원유 공급 경직으로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홍해 봉쇄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기준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현재 1,000만배럴에서 1,700만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또 유가도 배럴당 150달러로 급등할 수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나프타) 기반의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을 주성분으로 하는 혼화제 수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레미콘 생산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이러한 물류·공급망 충격은 직접 대상 산업인 정유·석유화학을 넘어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자동차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전쟁이 더 장기화할 경우 추가적인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 전체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LG화학도 여수산단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미 울산 주력 산업은 수출·공급망 위기 속에 ‘버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 주요 경제 지표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3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3월 울산 전산업 기업심리가 한달새 0.5p 하락했고, 다음달 전망은 전달보다 2.5p나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제조업 4월 전망은 역대급으로 암울하다. 업황(-7p)에서부터 생산(-8p), 신규수주(-3p), 자금사정(-9p), 매출(-12p), 가동률(-6p)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이너스 폭이 크다.
특히 ‘원자재 구입비(+26p)’ 부담은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탓에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최고로 높은 수치로 기록됐다. 울산이 IMF 때보다 더 힘들었다던 조선업 구조조정 당시인 2016년 4월의 ‘+22p’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제조업 채산성(-15)’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울산이 IMF 때보다 더 지독한 위기를 겪었던 2016년과 버금가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손익을 따져봐야 이익을 낼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V자 반등 없는 장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마저 우려되는데, 울산은 타 시도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그만큼 타격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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