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우리나라 사람들 이름은 우리도 한번 듣고 외우기 어렵다. 한자어로 되어 있어 발음도 어렵다. 처음 여러 사람이 모여 자기소개를 할 때 이름을 말하지만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같이 일할 때나 어울릴 때도 높임말이 있어 호칭도 쉽지 않다. 요즘은 연예계, 스포츠계 등에서도 비슷비슷한 이름이 많아 이름만으로는 헷갈릴 때가 많다.
외국인에게는 더 어렵다. 그냥 성으로 부르자니 '김이박최정강'이 너무 많아 식별이 어렵다. 카카오 그룹은 입사 때부터 영어 이름을 정하게 한다고 한다. 사장부터 그렇게 하면 나머지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영어 이름을 정하고 쓰게 된다. 그나마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했을 때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경우는 다행이다. 천주교 세례를 받은 사람은 세례명도 좋다.
우리나라에서도 직급 대신 그냥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자는 그룹이 있다고 한다. 높임말에서는 다소 편해졌지만, 직급으로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미국 전투기 비행사들은 이름 대신 '콜사인 Call Sign)'을 쓴다. 비행사 또는 관제탑에서 사용하는 무전을 적군이 도청하기 때문에 이름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 썼다. 톰 크루즈가 나왔던 영화 탑건의 주인공이 '매버릭'이었다. 소에 소유주의 낙인을 몸에 찍기 전의 '망아지'라는 뜻이다.
댄스계에서도 실명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닉네임이라는 것을 쓴다. 가입 때부터 닉네임으로 등록하게 하는데 평소 생각해 둔 닉네임이 없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세례명을 쓰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장난스럽게 붙였다가는 계속 그렇게 불리기 때문에 나중에 바꾸기도 어렵다. 남성들은 어렸을 때 불리던 별명을 쓰는 예도 있고, 여성들은 주로 꽃 이름, 보석 이름을 선호한다. 꽃 이름보다 보석 이름이 더 나이 든 사람들이라 대략 닉네임만으로 연령대를 짐작할 수도 있다. 요령은 기억하기 좋고 발음하기 좋게 4자 이내로 정해야 한다.
성 다음에 "~프로"도 쓴다. 댄스, 당구, 골프 등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잘하는 사람을 프로라고 부른다. 원래 프로는 그 분야를 직업으로 해서 그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을 말하지만, 실제로 프로 소리를 듣기 위해서 프로대회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많다. 프로가 되면 몸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전 시대 사람들은 '자'나 '아호' 같은 것을 만들어 썼다. 그렇더라도 그 사람의 이미지와 맞아야 한다. 어디서 들어 봤음 직한 것을 가지고 와서 그렇게 불러 달라는데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좋은 닉네임이 아니다.
댄스계에서 내 닉네임은 '캉캉'이다. 영어 성인 'Kang'을 두 번 연속한 것이다. 발음하기 좋고 기억하기도 좋다. 전국 유일한 닉네임이다.
외우기 어려운 실명 대신 닉네임은 쉽게 외워지고 안 잊힌다. 한국인들끼리는 호칭을 유난히 신경 쓰지만, 닉네임으로 부를 때는 부담이 없다.
호칭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K-Pop 스타들도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이 많다. '방탄소년단'을 'BTS'로 부르고 구성원들 이름도 김남준은 'Rap Monster' 예명을 약자로 해서 'RM', 민윤기는 농구 포지션 슈팅가드를 줄여 '슈가', 정호석을 'J-Hope', 식으로 바꾼 경우다. 박지민처럼 발음이 비교적 쉬운 경우는 'Jimin'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 세계적인 우리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도 'Sonny'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것을 굳이 '흥민'이라고 불러 달라고 해서 그렇게 불러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한자 이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글 이름도 많이 쓰는 추세에 살고 있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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