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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호주엔 장갑차, 미국엔 조선 기술… 한화·삼성이 그린 산업 동맹 지도

한국 방산과 조선업의 해외 거점 전략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에는 연구 거점을 세우는 방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결합되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동맹 기반 기술망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호주엔 장갑차, 미국엔 조선 기술… 한화·삼성이 그린 산업 동맹 지도

-AUKUS 축 위에 올라선 한화 질롱 공장… 인도·태평양 방산 생산·정비 거점 구축

-美 조선업 중심지에 연구센터 세운 삼성… AI·자율 기술까지 묶인 한미 기술 협력

2단계 증축이 완료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현지 공장 전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 방산과 조선업의 해외 거점 전략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에는 연구 거점을 세우는 방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결합되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동맹 기반 기술망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질롱에 구축한 H-ACE(Hanwha Armoured vehicle Centre of Excellence)의 2단계 증축을 완료하고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 생산 체계를 갖췄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은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SDSU)와 공동으로 ‘SSAM(SHI-SDSU Advanced Maritime Center)’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표면적으로는 방산과 조선이라는 서로 다른 산업의 투자다. 그러나 생산 거점은 인도·태평양 동맹 국가에, 기술 연구는 미국에 두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산업 전략의 방향은 같은 축 위에 놓여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공장은 한국 방산업체가 세운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다. 이 시설은 2023년 호주 정부와 체결한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129대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건설됐다.

이번 2단계 증축으로 제2생산동과 남반구 최대 규모의 전자파 적합성(EMI·EMC) 시험실, 대형 세척시설, 완제품 보관동이 추가됐다. 핵심 생산 시설은 당초 계획보다 약 한 달 반 앞당겨 완공됐다.

공장 부지는 약 15만㎡ 규모다. 두 개의 생산동과 1.2km 주행시험장, 시스템 통합 연구실, 도장 시설, 사격장 등 총 11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미 생산 중인 AS9 자주포와 AS10 탄약운반차에 더해 레드백 장갑차까지 동시에 생산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누적 투자액은 약 2억2500만 호주달러(약 2367억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공장을 호주와 한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지상 방산 장비의 생산·정비(MRO)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호주 공장을 통해 현지 방산 생태계에 기여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상 방산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공장의 위치도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호주는 미국과 영국이 참여하는 AUKUS 안보 협력 체제의 핵심 국가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서방 군사 협력의 중심 축으로 평가된다.

질롱 공장은 생산뿐 아니라 시험과 정비 기능까지 갖춘 통합 기지다. 장갑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시험하며 유지보수까지 수행할 수 있다. 방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시설을 동맹 방산 공급망 거점으로 본다.

(첫째줄 왼쪽부터)하라 마다낫(Hala Madanat) SDSU 연구 혁신 부총장, 이왕근 삼성중공업 최고운영책임자, 패트릭 권 SDSU 기계공학과 교수, 유진 올레프스키(Eugene Olevsky) 공과대학 학과장 등 관계자들이 연구센터 개소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삼성중공업]

같은 날 삼성중공업이 미국에 세운 연구 거점도 같은 흐름 속에서 읽힌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와 공동으로 SSAM 센터를 설립했다. 샌디에이고는 미국 서부 최대 조선소인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NASSCO)가 있는 지역이다. 미 해군 군수선과 상선을 동시에 건조하는 미국 조선 산업의 핵심 지역이다.

연구센터는 AI 기반 생산 자동화와 로보틱스, 친환경 선박 기술 등 차세대 조선 기술 연구를 수행한다. 미국 대학과 정부 기관, 산업계와 협력해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인력 확보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왕근 삼성중공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미국 내 공동 연구 거점 확보는 삼성중공업이 준비해 온 MASGA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출발선”이라며 “한-미 조선·해양 산업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방산과 조선이라는 서로 다른 산업에서 나온 두 투자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의 결합이다.

크래프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공동 개발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날 게임 기업 크래프톤과 ‘피지컬 AI(Physical AI)’ 공동 개발 협력을 발표했다. 피지컬 AI는 현실 환경에서 작동하는 자율 시스템과 무기 체계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뜻한다.

크래프톤의 가상환경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과 데이터 운영 경험을 한화의 방산 제조 인프라와 결합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기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우주·항공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한국 중공업 기업들의 해외 전략은 세 갈래로 동시에 움직인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생산과 정비 거점을 두고, 미국에서는 연구와 기술 협력을 확대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미래 무기와 산업 시스템을 준비하는 구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현지 공장에서 출하한 첫 AS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세계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은 방산과 전략 산업 공급망을 동맹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무기 생산과 유지·보수, 기술 연구를 여러 국가에 분산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CSIS와 RAND Corporation 등 미국 정책 연구기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방산 공급망의 구조 변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들 기관 관계자는 “방산 생산 능력을 동맹국과 분산하는 구조가 장기적인 군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서방 방산 공급망을 동맹 국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중공업 기업들이 구축하는 해외 거점 역시 단순한 개별 프로젝트 시설을 넘어 동맹 산업망 속에서 작동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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