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사진=셔터스톡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즉각 반응했다.
증시는 급등했고 유가는 급락했다. 다만 발표 직전 반복된 대규모 선물 매도 거래를 두고 내부 정보 유출 의혹도 다시 불거졌다.
◆ 휴전 맞물린 해협 개방…"상선 항해 전면 허용"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레바논 휴전 발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을 일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상선은) 이란 항만해사청이 앞서 공지한 '조정된 경로'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측이 공지한 통항 경로는 오만 무산담 인근 기존 항로가 아닌 이란 라라크섬 인근을 지나는 방식이다.
그가 언급한 휴전 기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1일까지인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인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열흘간 휴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레바논이 전날 이스라엘과 열흘간 휴전에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일정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위험선호 자극한 개방 효과…뉴욕증시 일제히 상승
뉴욕증시. 출처=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소식은 뉴욕증시를 강하게 끌어올렸다. 17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68.71포인트(1.79%) 오른 49447.43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4.78포인트(1.20%) 상승한 7126.06, 나스닥 종합지수는 365.78포인트(1.52%) 오른 24468.48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7100선을 넘어섰고, 나스닥은 1992년 이후 최장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낙관론 확산 속에 S&P500 지수는 이번 주에만 4.54%, 나스닥 지수는 6.84%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기대도 시장 상승을 뒷받침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은 동결했던 이란 자금 200억달러를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걸림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말에 2차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며 "앞으로 하루 또는 이틀 내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중론도 병존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리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요건에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 의회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상선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휴전 합의 직후 남부 지역을 공습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교전은 금지한다"고 밝힌 지 수시간 만이다.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이제 갈등을 넘어서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이 갈등을 종식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열린 채로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에서 시장은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트힐스캐피털파트너스의 스티븐 와이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40년 중 과매도에서 과매수로 가장 빠르게 전환된 상황"이라며 "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가격이 조정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의료건강, 산업, 임의소비재, 기술, 필수소비재, 부동산이 1% 이상 상승했고, 에너지는 3% 가까이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43%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에 항공·여행주도 상승했다.
◆ 발표 20분 전 1조원 베팅…유가 급락에 의혹 재점화
런던증권거래소 전광판.사진=연합뉴스.
이란의 해협 개방 발표 직전에는 대규모 원유 선물 매도 거래가 집중되며 의혹이 제기됐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24분부터 1분간 브렌트유 선물 7990계약이 매도됐다. 계약 규모는 약 7억6000만달러(약 1조1150억원)였다.
이 거래 약 20분 뒤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가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장중 최대 11% 급락했다. 선물 매도 투자자는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거래 패턴은 이전에도 반복됐다. 지난 7일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을 발표하기 직전 약 9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원유 선물 매도가 이뤄졌다.
지난달 2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연기 발표 15분 전 5억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매도 계약이 체결됐고, 이후 유가는 15% 급락했다.
전황 변화와 맞물린 대규모 거래가 반복되면서 내부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원유 선물시장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ICE 선물거래소에 자료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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