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조 순매도에도 실적 모멘텀 기대
AI 인프라 수요 확산, 반도체 업황 개선 뒷받침
지난 17일 신한은행 본점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신한은행
| 스마트비즈 = 김혜인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으나, 국내 증시는 관련 악재를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선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코스피의 추가 하락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김용구 연구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조치를 새로운 돌발 악재라기보다는 2차 종전 및 휴전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17일 해협 개방을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미국의 해상 봉쇄와 기뢰 제거 작업을 구실로 다시 봉쇄를 발표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현 상황을 타개할 출구전략이 절실한 시점인 만큼, 이번 발표가 협상 테이블에서의 전술적 우위 확보를 위한 의도적 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실질적인 관건은 결국 국제유가의 흐름에 달려 있다. 유가가 WTI 기준 90~100달러 이하에서 통제될 경우, 코스피의 낙폭은 과거 글로벌 위기 당시의 하방 임계선인 10% 이내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스피 5700선 안팎은 관련 충격을 극단적으로 가정한 사실상의 바닥권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9배로, 과거 경기침체 국면의 평균치인 9.1배를 밑돌며 저평가 구간에 진입해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국내 지수는 종전 협상 소식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코스피는 지난 13~17일 사이 5858.87에서 6191.92로 5.68% 상승했으며,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6.99% 오름세를 보였다.
비록 17일에는 소폭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종가 기준으로 6200선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IT와 기계·장비, 반도체 분야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시장의 체력을 증명했다.
이번 주 증시의 시선은 지정학적 위기에서 기업들의 실적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23일로 예정된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매출 48조 원, 영업이익 32조9000억 원이라는 견조한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앞서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사례처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과 에너지 가격에 매몰된 시장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인한 컴퓨팅 파워 부족과 토큰 사용량 급증이 GPU 가격 상승 및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결국 반도체 실적 상승의 강력한 토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 리스크에 가려져 있던 이러한 펀더멘털의 성장 흐름이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다시금 확인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환율과 수급 측면에서의 변동성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요소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야간 거래에서 1460.0원까지 급락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고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 여부에 따라 지수 조정이 재개될 여지도 남아 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유가가 전쟁 전 수준으로 급격히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환율도 당분간 1400원 후반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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