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이로에 위치한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사진=최진 기자
더피알=최진 기자|한국 패션 시장이라는 거대한 사분면 위에서 무신사는 어느 한 좌표에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궤적을 그려나가고 있다. 성장과 확장이라는 두 축 위에서 꾸준히 우상향해온 이 플랫폼은 이제 그 흐름을 ‘공간’이라는 형태로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그 궤적이 도달한 하나의 장면이다.
스토어와 스탠다드를 포함해 전국 75개 매장을 운영 중인 무신사는 최근 들어 오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무신사 킥스 성수’, ‘무신사 런 서울숲’, ‘무신사 백&캡클럽 서울숲’ 등 카테고리를 세분화한 콘셉트 스토어를 연이어 선보이며 ‘무엇을 파는가’보다 ‘어떻게 경험하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품군을 쪼개고 그에 맞는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검색 대신 발견, 알고리즘이 된 공간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선 유독 곡선이 눈에 띈다. 사진=최진 기자
그 흐름의 정점에 놓인 것이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다. 약 2000평 규모, 1000여 개 브랜드를 담은 이 공간은 단순한 대형 매장을 넘어선다. 무신사가 축적해온 성장성과 확장성을 하나로 압축한 일종의 ‘체류형 복합 놀이터’다. 이곳에서 쇼핑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공간의 콘셉트는 ‘발견이 설계된 통로(THE ORGANIZED PATHWAYS)’. 매장이 위치한 성수 S1 건축물 특유의 사선 구조를 따라 이어지는 동선은 직선 대신 곡선으로 흘러간다. 특정 매장을 향해 걸어가기보다 걷는 과정 속에서 브랜드를 ‘우연히’ 마주치게 만드는 설계다. 검색이 아닌 발견, 목적이 아닌 체류. 온라인에서 알고리즘이 하던 역할을 오프라인 공간이 대신하는 셈이다.
2층에 위치한 '무신사 뷰티'의 첫 오프라인 매장. 150평 규모로 '뷰티 랭킹존', 제품 체험이 가능한 '워시바', 시력 검사까지 가능한 '전문 렌즈 코너'를 운영한다. 사진=최진 기자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이어지는 구성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른다. 브랜드 중심이던 무신사 스토어의 기존 편집 방식을 벗어나 티셔츠·팬츠 존 등 아이템 단위로 재구성된 지하 공간, 패션과 뷰티를 결합하고 700여 개 브랜드를 큐레이션 한 '무신사 뷰티', 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된 무신사 스탠다드 단독 공간, 그리고 스포츠와 유니폼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결합한 4층까지.
특히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층마다 다른 콘셉트를 입힌 ‘무신사 킥스’는 이동 자체를 탐색의 과정으로 바꿔놓는다. 스니커즈에서 시작해 워크부츠, 여성화, 러닝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고객은 의도하지 않았던 카테고리까지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배치된 '무신사 킥스'. 층마다 다른 콘셉트로 구성해 1층은 스니커즈, 지하 1층은 레더·워크부츠, 2층은 여성제화·부츠, 4층은 러닝 중심이다. 사진=최진 기자
4층 내 마련된 유니폼 존. 구입한 제품에 선수 이름 및 번호 등을 새기는 '유니폼 마킹 서비스'를 운영한다. 사진=최진 기자
노래방부터 푸드가든까지, 머무는 공간이 된 무신사
이 공간의 또 다른 축은 ‘머무름’이다. 지하 1층 ‘무싱사’는 브랜드 팝업과 코인 노래방, 대형 미디어 월을 결합해 쇼핑과 놀이의 경계를 흐린다. 노래를 부르고 그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는 경험은 구매와는 별개의 참여를 유도한다. 디지털 서비스가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게임 요소를 도입해온 것처럼 이곳에서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4층 ‘푸드가든’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유리 온실 구조로 설계된 공간에 다양한 F&B를 배치해 쇼핑 이후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인다. 이때 구매는 동선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옮겨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무싱사'는 브랜드 팝업과 코인 노래방, 대형 미디어 월을 결합한 공간이다. 팝업 브랜드의 제품 전시와 영상 콘텐츠를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고 그 모습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현재 NCT WISH의 팝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최진 기자
4층에 위치한 푸드가든은 유리 온실 구조를 적용해 자연 채광을 확보하고 다양한 F&B 브랜드를 들여 방문객이 쇼핑 이후에도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사진=최진 기자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 마련된 셀프포스. 다국어와 텍스프리, 무신사 회원가입을 지원한다. 사진=최진 기자
기술적 장치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QR 스캔을 통한 상품 정보 확인, 다국어와 택스 프리(Tax-Free)를 지원하는 셀프포스, 실시간 가격을 반영하는 전자 가격표(ESL)까지. 온라인의 편리함을 물리적 경험 위에 덧씌웠다. 글로벌 패션 성지로 부상한 성수의 입지를 고려할 때, 이러한 리테일 테크는 국적·언어에 관계없이 매장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고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문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무엇을 얼마나 파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는가’에 대한 답에 가깝다. 브랜드를 발견하고, 경험하고, 머무르는 일련의 흐름이 설계된 공간. 이곳에서 무신사는 더 이상 단순한 패션 플랫폼이 아니라 체류를 설계하는 리테일러로서 자리하고 있다.
사진=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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