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창립 150주년 기념 미디어 데이’ 개최
‘삼성바이오’와 송도 협업···노사 문제 무응답
5년간 5억달러 투자···국내 신약 접근성 확대
불법 비만약 유통 우려···“환자 안전 최우선”
한국릴리가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일라이릴리 창립 150주년 기념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다. [사진=김진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혁신을 가속하며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등 공중보건 증진에 힘쓰겠습니다.”
존 비클 한국릴리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일라이릴리 창립 150주년 기념 미디어 데이’에서 한국 시장을 향한 투자 의지를 이같이 말했다. 비만·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로 주목받고 있는 일라이릴리가 한국을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닌 신약 개발과 바이오 생태계 협력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메시지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한국 투자 확대’였다. 릴리는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 및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부터 5년간 총 5억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들과도 지난해 45억달러 이상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의 임상 역량과 바이오 제조 인프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비클 대표는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시장”이라며 “바이오제약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고, 임상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타트업도 많아 매우 매력적인 환경”이라며 “환자들이 혁신 치료제를 더 빨리 쓸 수 있도록 허가와 접근성 측면에서도 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릴리는 1982년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약 25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국내 의약품 시장 내 매출 순위는 2022년 39위에서 지난해 17위로 상승했다. 한국 내 임상시험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비클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26개 신약 후보 물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경과학, 면역학, 종양학, 심혈관·대사질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투자의 상징적 거점은 인천 송도에 들어설 ‘게이트웨이 랩스 코리아’다. 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잡고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캠퍼스 내에 이 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다. 2027년 문을 열 예정인 게이트웨이 랩스 코리아는 완공 시 전 세계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국내 유망 바이오 기업은 이곳에서 연구 공간과 장비, 멘토링,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 등을 지원받게 된다.
존 비클 한국릴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진영 기자]
비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력에 대해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라고 생각한다”며 “최첨단 시설과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 확장성을 갖춘 파트너와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의 제조와 개발 전문성을 활용하면 초기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 단계에서 생산과 글로벌 사업화까지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이슈와 관련한 질문에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비클 대표는 “파트너십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리더격인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내 대규모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만큼, 릴리의 국내 투자 전략에서 삼바가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릴리는 한국 투자를 신약 개발 속도와 연결 짓고 있다. 비클 대표는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한국 환자에게 최대한 빠르게 혁신 치료제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릴리는 최근 10년간 24개 신약을 출시했다. 이는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비클 대표는 이를 릴리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제시했다.
AI 활용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비클 대표는 “엔비디아와 대규모 협력을 통해 슈퍼컴퓨팅 기반 연구 속도를 높이고 있고, 인실리코와도 AI 신약 개발 협약을 맺었다”며 “AI를 활용해 새로운 화합물의 인체 적용 가능성을 예측하고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직원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사용하며 업무 방식도 혁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수요 확대에 따른 불법 유통 문제도 언급됐다. 비클 대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불법 의약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펩타이드 의약품은 콜드체인 유통이 필요하고 적정 온도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판매나 비공식 수입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긴밀히 협력하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진숙 한국릴리 인사부 총괄 전무이 한국릴리의 조직 문화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영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릴리의 조직 문화와 사회공헌 활동도 소개됐다. 최진숙 한국릴리 인사부 총괄 전무는 “릴리의 인사 철학은 청렴, 우수성, 인간 존중에 기반한다”며 “1920년 미국 제약회사 최초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유연근무제와 패밀리데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조직 문화의 배경을 풀어냈다. 한국릴리는 여성 리더십 비율 60%, 내부 커리어 이동률 22%를 기록하고 있다.
사회공헌 분야에서는 고립·은둔 청년과 위기 아동·청년 지원 사업이 소개됐다. 한국릴리는 인천광역시 청년미래센터와 협력해 연극치료, 자살·자해 흉터 치료, 결식 지원 등에 1억원을 후원했다. 센터 측은 “연극치료는 릴리의 지원으로 처음 시도된 사업”이라며 “위기 청년 지원 체계를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는 1876년 미국 남북전쟁 참전 군의관 출신 약사인 일라이 릴리 대령이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설립한 제약사다. 1923년 세계 최초로 인슐린 대량생산 공정을 개발했고, 이후 페니실린 대량생산, 폴리오 백신 생산 공정, 항우울제 ‘프로작’ 등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마운자로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업계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비클 대표는 “릴리는 지난 150년간 독립 기업으로 창립자의 이름과 본사 위치를 유지해 왔다”며 “앞으로의 150년도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제를 더 빠르게 전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 시장을 향한 릴리의 메시지도 같은 방향에 맞춰졌다.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임상, 연구개발, 바이오 제조, 스타트업 육성을 묶어 한국을 글로벌 신약 개발 생태계 안으로 더 깊숙이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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