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24일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바일 전자투표와 남양연구소·전주·아산·울산공장 등 현장 거점 투표소를 병행하는 등 전체 조합원 3만 9,0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투표자 대비 92.03%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앞서 노조는 23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 발생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환율 변동·생산성 정체·세제 혜택 종료 삼중 파고 닥치는 상황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2일 11차 임금협상 교섭이 결렬된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25일 나올 예정인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합법 파업에 나서기 위해서는 찬반투표 가결과 함께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조건이 충족되면 노조는 7월 15일 예고된 금속노조 1차 총파업에 참여하며 사측을 본격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현대차 노조 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사례가 없는 만큼 파업 수순을 밟을 게 확실시 된다.
하지만 해마다 같은 시기, 같은 절차, 같은 결말이 반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10조3,648억원)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상여금 인상, 완전월급제,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노조의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하며 수익성이 뚜렷한 하락세에 들어선 상태다. 노조가 고임금을 요구하기 이전에 생산성이 뒷받침되는지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36개국 중 22위, OECD 평균의 67% 수준에 그쳤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임금은 연평균 4.0%씩 올랐지만 생산성은 1.7% 상승에 머물렀다는 게 대한상의 산하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생산성과 따로 노는 임금·성과급 인상이 누적되면 그 부담은 결국 협력업체와 미래세대 일자리로 돌아간다는 점을 노조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파업권 행사 전에 대화 테이블에 앉아 노사 지혜 모아야
더욱이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호재라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차량용 반도체의 98%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알루미늄·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환율 효과는 오히려 원가 부담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완성차보다 협력업체다. 며칠 새 100원 가까이 출렁이는 환율 변동성 속에서 부품업체들은 원자잿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도 못한 채 비용을 떠안고 있다. 원청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힘겨루기를 벌이는 동안, 그 충격파는 한 다리 건너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합법적 쟁의권까지 확보된 만큼, 실제 파업이 현실화되면 그 충격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이달 말로 종료된다. 7월 1일부터는 세율이 3.5%에서 5%로 환원돼 차량 한 대당 최대 143만원의 가격 상승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도 이번 연장이 마지막이라고 못 박은 터라 하반기 내수 판매 위축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안 그래도 내수가 흔들리는 시점에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 그 충격은 1·2차 협력업체 20만 근로자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전달될 게 뻔하다.
노조의 존재 이유는 조합원의 권익을 지키고 일자리를 오래 지켜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권익은 회사가 존속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곧바로 파업에 나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환율 변동성, 생산성 정체, 세제 혜택 종료라는 삼중의 파고가 동시에 밀려오는 지금,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확보한 파업권을 행사하기 전에, 노조는 한 번 더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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