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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신은 '보상' 약가는 '압박'… 제약업계 덮친 규제 재편 '두 얼굴'

복지부는 지난해 '제약·바이오 벤처 육성 방안'에서도 AI벤처·제약벤처 협업 R&D와 함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정부 지원, R&D 연계, 약가 특례와 이어질 수 있는 업계 주요...

혁신은 '보상' 약가는 '압박'… 제약업계 덮친 규제 재편 '두 얼굴'

인증기준 개편·약가 조정·공급 안정 보상… 유불리 갈릴 2026년

정부 “혁신엔 보상” 내세웠지만 업계는 수익성·기준 변화에 민감

정부의 규제 재편이 한국 제약산업을 진정한 혁신 중심으로 끌어올릴 것인지, 아니면 일부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로 굳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지원 확대 효과는 숫자로 드러나겠지만, 규제 변화의 효과가 어떻게 판가름 날지는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글=박정우 기자, 사진=연합뉴스]

[박정우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는 ‘지원’보다 ‘규제’에 촉각을 세웠다. 특히, 올 하반기 약가 제도 재편이 예고되며 기존 제약기업들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바이오·헬스 육성 방안’을 통해 보건의료 R&D 예산을 전년 8428억 원에서 9858억 원으로 17% 늘리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개편과 핵심 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육성 기조가 분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주목받는 것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개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제약·바이오 벤처 육성 방안’에서도 AI벤처·제약벤처 협업 R&D와 함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기준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정부 지원, R&D 연계, 약가 특례와 이어질 수 있는 업계 주요 정책이다. 혁신기업으로 인정받거나, 밀려나거나 경우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약가 제도 변화 소식은 업계의 긴장감을 키웠다.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종합 개편한 약가 산정체계’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은 현행 53.55%에서 45%로 조정되고, 단계적 조정은 약 10년에 걸쳐 진행된다.

동시에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한시적 특례를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결국, 같은 제약산업 지원책 안에서도, 보호받는 기업과 수익성에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업체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제약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업계는 현재 이번 발표를 두고 지원보다는 규제가 더 크다고 느끼는 게 대부분”이라며 “지원 정도가 실질적으로 와닿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개발 등 혁신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 기조는 계속해서 약가를 깎는 데 집중돼 있어, 유기적으로 맞물린 정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며 “실제 신약을 개발했음에도 낮은 약가에 수익성이 나오지 않아 판매되지 않는 약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복지부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세금이나 세제 혜택 부분은 분명히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던진 당근과 채찍 사이 구미가 당기는 방안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 이어질까

반면 정부는 신약개발 동력은 더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복지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고,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반영하는 비용효과성 평가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약가 유연계약제’ 적용 대상을 신약, 특허만료 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까지 넓히고, R&D에 적극 투자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보상을 더욱 실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업계가 꼽는 문제는 보상과 규제가 한 산업 안에서 유연하게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R&D 예산을 늘리고 혁신신약의 가치를 보상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의 약가를 낮추고, 품질·인증 요건은 더 강화한다.

업계 입장에서 “정부가 산업을 키우겠다는 건 알겠지만, 결국 수익 구조를 재설계하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내수 비중이 큰 전통 제약사와 아직 매출 기반이 약한 바이오벤처가 같은 규제 재편 아래 놓일 경우 체감 온도차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필수의약품과 공급불안 의약품 정책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퇴장방지의약품 지정기준을 상향하고, 원료 인상분 즉시 반영, 정책가산 신설, ‘수급안정 선도기업’ 지정 등으로 공급 보상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가 상승과 낮은 채산성으로 공급을 꺼리던 영역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시에 이제는 단순 생산보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약을 누가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느냐를 더 강하게 따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올해 제약 규제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완화나 강화가 아닌 많은 투자와 빠른 개발, 안정적 공급을 이뤄내는 기업에 더 큰 보상을 주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선별적 재편에 가깝다.

정부는 산업 육성을 내세웠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건 규제 강화에 가까운 상황이다. 제약사들이 올해 하반기에 단순 지원 확대를 기대하는 것보다, 약가 재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남은 질문은 정부의 규제 재편이 한국 제약산업을 진정한 혁신 중심으로 끌어올릴 것인지, 아니면 일부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로 굳어질 것인지다. 지원 확대의 효과는 숫자로 드러나겠지만, 규제 변화의 효과가 어떻게 판가름 날지는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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