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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신은 고통이었다" 박종훈 교육감이 돌아본 12년 경남교육[바통을 넘기며]

오는 26일 퇴임하는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 12년의 경남교육을 이렇게 돌아봤다. 박 교육감은 2014년 경남 첫 진보 성향 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그는 그간 성과보다 책임과 고뇌를 먼저 떠올렸다.

"혁신은 고통이었다" 박종훈 교육감이 돌아본 12년 경남교육[바통을 넘기며]

무상급식·늘봄 확대, 공교육 공공성 강화

행복학교 확산, 학생 중심 학교문화 정착

마을교육공동체 중단 아쉬움, 제도 기반 필요

아이톡톡 실효성 논란에 “교육주권 위한 것”

“AI 시대에도 배려·존중 인간다움 지켜야”

창녕 마을도서관 준비, 자연인 삶 새 출발

지난 15일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기자

“혁신은 고통이었다.”

오는 26일 퇴임하는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 12년의 경남교육을 이렇게 돌아봤다. 박 교육감은 2014년 경남 첫 진보 성향 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그는 그간 성과보다 책임과 고뇌를 먼저 떠올렸다. 낡은 관행을 깨고 미래 교육의 길을 여는 일은 끊임없는 결단과 성찰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공공성과 민주성을 바탕으로 행복학교와 미래교육의 기반을 다져온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임 후에는 창녕의 작은 마을로 돌아가 도서관을 열 계획이다. 박 교육감을 만나 12년 경남교육의 성과와 과제, 퇴임 후 삶에 대해 들어봤다.

배움은 넓히고 격차는 줄이고

박 교육감은 지난 12년의 대표 성과로 ‘공교육의 공공성 확대’를 꼽았다. 교육복지와 학교 안전망을 강화해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태어난 지역과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가장 따뜻한 공공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공교육의 공공성 확대는 무상급식과 돌봄 정책 확대로 이어졌다. 경남 학교 무상급식은 2007년 거창에서 시작돼 2011년부터 경남교육청과 경남도, 18개 시·군이 함께 추진했다. 2015년 홍준표 도지사 시절 경남도의 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19년 김경수 도지사 시절 전 초·중·고교 무상급식이 실현됐다. 2022년에는 유치원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경남교육청은 전국 최초 거점통합돌봄센터 ‘늘봄’을 운영하고 늘봄학교를 전 초등학교로 확대했다. 또 밀양·남해·진주·창녕 등에서는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맞춤형 돌봄 사업을 운영하며 학교 밖 돌봄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박 교육감은 “배움뿐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삶까지 책임지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민주성 역시 경남교육을 이끈 핵심 가치였다. 학생이 스스로 소통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 철학이다.

이 같은 철학은 행복학교로 이어졌다. 행복학교는 학생 참여형 수업과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강조하는 경남형 혁신학교 모델이다. 2015년 11개 학교로 시작해 현재는 160여 개 학교로 확대됐다.

박 교육감은 “행복학교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후임 교육감이 반드시 이어가야 할 정책으로도 행복학교를 꼽았다. 그는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을, 학생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학부모는 교육의 동반자로 참여하는 학교가 만들어졌다”며 “행복학교는 경남교육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학교급식연구소 ‘맛봄’을 중심으로 식생활 교육과 친환경 지역 먹거리 활용을 확대했다. 학생 안전 분야에서는 어린이 가방안전덮개 보급, 통학안전 시스템 구축, 학생안전체험원 운영 등을 통해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에 힘썼다.

지난 15일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퇴임을 앞두고 12년 경남교육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교실 밖 배움 아쉬움…AI 시대 교육 과제

학교 밖으로 배움의 공간을 넓히는 미래교육지구(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교육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경남도의회는 박 교육감의 핵심 사업인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를 폐지하고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이로 인해 학교 안 배움을 마을과 지역으로 확장하는 마을교육공동체와 마을배움터 사업이 위축됐다.

박 교육감은 “교실 안 교육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마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공동체 감수성과 시민성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의 활력도 함께 무너진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 소멸 시대에 더욱 필요한 정책”이라며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교육은 박 교육감 재임 기간 가장 역점을 둔 정책 가운데 하나다. 경남교육은 미래 교육 플랫폼인 ‘아이톡톡’을 구축하고, 학생 1인 1스마트단말기인 ‘아이북’을 보급했다. 또 미래교육원과 진로교육원을 설립하며 디지털 기반 교육환경 조성에 공을 들였다.

박 교육감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아이들이 기술의 소비자가 아니라 미래를 주도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아이톡톡은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박 교육감은 이에 대해 ‘교육 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는 플랫폼 중심 사회”라며 “주체적인 교육 플랫폼이 없다면 학생들의 교육 데이터와 미래 교육의 주도권을 외부에 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톡톡은 단순한 수업 보조 도구가 아니라 교육 주권을 지키고 미래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과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박 교육감은 소설가 김애란 작가의 말을 인용해 “AI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망설임”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답을 찾는다면 인간은 멈춰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힘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도 놓쳐서는 안 될 인간다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퇴임을 앞두고 경남도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마을 도서관서 여는 자연인 삶

퇴임 후에는 ‘자연인 박종훈’으로 돌아간다. 정치권 진출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박 교육감은 “정부가 교육이나 행정 경험을 필요로 해 공적인 역할을 맡긴다면 3년 정도는 혼신을 다해 봉사할 수 있다”면서도 “12년 동안 교육감을 한 사람이 또 다른 선출직에 도전하는 것은 지나친 노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살고 싶은 시골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퇴임 후 가장 먼저 시작할 일은 현재 살고 있는 창녕군 부곡면 노리에 작은 도서관을 여는 것이다. 그는 “시골 마을에는 마을회관 말고 주민들이 갈 만한 문화공간이 거의 없다”며 “주민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도서관이지만 새로운 마을 문화운동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며 “다른 마을로도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도서관은 오는 10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박 교육감은 “지난 12년의 노력이 경남교육의 올바른 이정표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2년의 성과와 변화는 모두 교육공동체의 덕분”이라며 도민과 학부모, 교육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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