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허원순의 경제로 세상보기] 법원 '법률AI' 인정, 누구도 AI 억지로 못 막...

AI는 서비스 제공과 상품 생산 등 각종 산업 분야에서 용인되는 제한선이 있는가. 제한 기준 같은 게 필요하기는 할까. 경제와 산업에서 AI 활동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법원 판단이 하나 새로 나왔다. 리걸테크(법률기술)...

[허원순의 경제로 세상보기] 법원 '법률AI' 인정, 누구도 AI 억지로 못 막...

기자명

허원순 경제칼럼니스트·고려대 특임교수

Email

Share

Scrap

Print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전문 자격사들 기득권 장벽 안돼

-의료 교통 운송 등 활용,기준은 소비자 편익

-‘신기술 포비아’ 사회적 퇴보,경제력 저하

허원순 경제칼럼니스트(고려대 특임교수)

AI는 서비스 제공과 상품 생산 등 각종 산업 분야에서 용인되는 제한선이 있는가. 제한 기준 같은 게 필요하기는 할까. 경제와 산업에서 AI 활동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법원 판단이 하나 새로 나왔다.

리걸테크(법률기술) 업체가 제공하는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가 합법이라는 취지의 최근 대법원판결이 그것이다. 변호사의 겸직 문제로 시작된 리걸테크 기업과 변호사단체 간의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분쟁과 판결의 쟁점은 로폼이라는 리걸테크가 제공하는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가 변호사법이 겸직 금지로 규정한 ‘비 변호사의 법률 사무’ 여부였다. 이 소송에서 1,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로폼의 업무인 리걸테크 서비스의 법적 타당성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AI 도움을 받는 리걸테크의 주된 서비스인 법률문서 자동작성이 과연 어떤 성격이냐에 관한 판정이었다. 법원은 이 서비스가 법률 사무 대리가 아니라 ‘기술적 도구’라고 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리걸테크 서비스를 합법적인 비즈니스로 인정하면서 변호사와 협업의 길을 터준 셈이다. 법률 AI가 쓴 각종 소장은 합법이라는 결과가 된 셈이다.

이 사건은 연원이 꽤 된다.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가 겸직으로 로폼 근무를 시도한 게 2021년이다. 이에 서울변호사회가 겸직 불허 결정을 했고, 이에 동의하지 않은 해당 변호사의 법적 다툼이 시작된 게 2023년이었다. 이 과정을 돌아보면 리걸테크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데 수년이 걸렸다. 변호사 업계의 ‘기득권 규제’를 하나 극복하는 데 전문가가 나서도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다. 기득권과 관련된 규제가 관행적으로 이어진 것이든 새로 슬쩍 만들어진 것이든, 어떤 것이든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고 넘어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이 거듭 확인된 계기도 됐다.

변호사 업무의 범위나 리걸테크의 업무 영역을 넘어 이번 판결로 살펴봐야 할 현실이 있다. 궁극적으로 산업과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기술의 적용을 겁내며 저항하는 ‘신기술 포비아(공포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변호사 업계의 철벽같은 기득권 장벽을 허무는 계기로 삼자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변호사뿐 아니라 지금 업무 영역을 두고 국회 주변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회계사 세무사도 마찬가지다. AI라는 신기술이 전문 자격사의 기득권에 기술적 침해가 있다고 판단하면 어떻게든 실제 사용을 저지하려 드는 게 기득권 그룹의 생리다. 가령 의료계가 그럴 것이고, 향후 자율주행차의 보급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상 교통과 운송, 유통 택배업에 채택 활용될 때 택시업계나 화물차업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대개 그림이 그려진다. 아마도 한국적 전통이 재현되듯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용자 편익이다. 법률 세무 등의 소비자가 값싼 비용으로 빠르고 편리 확실하게 잘 이용한다면 누구도 신기술을 막아설 권리는 없다. 수송 운동 교통 배달도 마찬가지다. 의료나 요양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기득권을 오래 누려온 전문 자격사 집단이 이 점을 특히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심판 역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정부도 마찬가지다. 과학 기술의 진화와 보편적 이용자들의 편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성큼 다가온 AI 시대가 자가 발전하며 가속도를 내고 있다. 누구도 AI의 편리한 활용을 막아선 안 된다. 이걸 막으면 그대로 퇴보다.

허원순 경제칼럼니스트·고려대 특임교수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