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본경선 토론회, 주택 공급 실효성과 산단 전력 해법 두고 공방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본경선 합동토론회는 민선 8기 도정 성과와 미래 공약의 실효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지난 30일 밤 MBC에서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김동연 후보와 추미애 후보는 '부동산 공급'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문제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경기도를 가장 잘 아는 행정 전문가'를 자처하는 김동연 후보와 '선 굵은 정치적 리더십'을 내세운 추미애 후보의 특성이 극명히 대비됐다.
부동산 80만 호, '남이 한 일'인가 '공동의 성과'인가
토론 초반 기선 제압은 부동산 공급 실적을 둘러싼 '수치 싸움'이었다. 추미애 후보는 김동연 후보의 과거 공약 달성률이 미흡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추미애
"지난 8기 경기도 공공주택 20만 호 공약 확인해 보니까 4만 호 남짓 달성하셨다. 그런데 임대주택을 26만 5천 호 공약하고, 공공·민간 합쳐 8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하신다. 과연 실현 가능한가?"
하지만 행정 실무 측면에서 보면 주택 공급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다년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실제 경기도의 주택 건설 현황을 살펴보면, 민선 8기 중 착공된 공공주택은 약 7만 9천 호이며 준공 물량은 11만 호를 웃돈다. 추 후보가 언급한 '4만 호'는 특정 시점이나 일부 유형에 한정된 좁은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추 후보가 "민간 물량까지 포함하는 것은 숟가락 얹기"라고 비판하자, 김 후보는 행정의 기본 원칙을 강조하며 맞섰다.
추미애
"그러면 지금 민간에서 하는 것도 다 (80만 호 안에) 포함해서 하시겠다는 말씀인가?"
김동연
"그렇다. 정부 주택 공급 대책은 공공과 민간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추미애
"LH나 중앙에서 하는 것을 그렇게 되면 남이 한 일을 공치사하시는 것이고, 숟가락 얹기다. 도지사가 인허가권(만)을 가지고 '내가 한다, 내가 했다'고 하면 안 된다."
김동연
"부동산 (공급 정책을) 조금 오해하신다. 이거는 지사가 했다 (안 했다)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통상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주택 공급 계획은 공공택지 내 민간 분양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도의 경우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부지를 조성하고 지자체가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만큼, 관할 구역 내 공급을 정책 로드맵에 포함하는 것을 단순한 '공치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추 후보는 "숟가락 얹기"라며 지자체장의 역할을 '인허가권 행사' 정도로 과소평가했지만, 이는 행정의 복합성을 간과한 시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경기도는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단순히 도장만 찍어주는 협조자가 아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통해 직접 부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건설하는 실질적인 '실행의 주체'다. 특히 '경기 기회타운'과 같은 독자적인 주택 모델을 기획하고 실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이를 단순히 '남이 한 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동연 후보 역시 "이것은 지사가 했다 안 했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유기적으로 얽힌 공급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것으로 추미애 후보 공세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용인 반도체 전력, '현실적 해법' vs '거대 담론'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부족 문제였다. 김동연 후보는 총 16GW의 수요 중 미해결된 4GW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질문했으나, 추미애 후보는 호남 KTX를 활용한 송전망 지중화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응수했다.
김동연
"오늘 (추 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평택의 수소나 LNG는 (일반산단, 국가산단 중) 어떤 부분에 대한 발전 공급인가?"
추미애
"저는 평택의 LNG 분산과 에너지 믹스를 통해 열병합 발전소도 함께 하겠다. 후보님께서 (최근 지방도 318호 신설 때) 지중화를 통해 3GW를 확보하시겠다는 것은 방열 관리 때문에 문제가 있다."
김동연
"제 질문은 그 내용이 아니다. 그 전기를 끌어다가 어떤 데 쓸 것이냐는 거다. 이미 12GW는 해결됐고 모자라는 게 4GW다. (추 후보의 대안은) 반도체 시간 싸움에서 현실성이 좀 없다."
이 대목에서 두 후보의 산업 이해도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패권 다툼 속에서 '적기 공급(Time-to-Market)'이 생명이다. 김동연 후보가 한전과 협력해 추진 중인 '지방도 318호선 지중화'는 도로 신설과 전력망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 공기 단축과 예산 절감을 동시에 꾀하는 모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요 기업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추미애 후보가 제안한 '호남 KTX 노선 지중화'는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일 수는 있으나, 기존 철도를 뜯어내거나 국가 철도망 계획을 새로 짜야 하는 등 기술적·시간적 장벽이 너무 높다. 당장 전력이 급한 용인 산단의 기업들에는 '희망 고문'에 가까운 비현실적 대안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기 신도시와 '유체 이탈' 논란... 행정가의 디테일
토론 중반부, 한준호 후보가 3기 신도시 하남 교산지구의 자족 용지 문제를 묻자, 추 후보가 보인 반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준호
"교산신도시 자족 용지가 어느 정도 배치돼 있나? 대안이 있으실까?"
추미애
"자족 용지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요. 그 대안은 우리 한준호 후보한테 좀 듣고 싶다."
지역 현안의 핵심 수치를 숙지하지 못한 채 질문자에게 답을 미루는 모습은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김동연 후보 역시 "추미애 후보의 공약 대부분은 이미 경기도가 시행 중인 사업들"이라며 "디테일이 부족해 아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추 후보는 "오늘은 크게 말씀드린 것이고 디테일은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실무 능력이냐, 정치적 무게감이냐
이번 토론회에서 김동연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와 현행 행정 프로세스를 근거로 추미애 후보의 공세를 방어하는 한편, 상대의 대안이 가진 현실적 허점을 파고들었다. 반면 추 후보는 거대 담론과 미래 지향적 에너지를 강조했으나, 세부 실행 계획에서는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유권자들은 복잡한 지역 현안을 수치와 절차로 풀어내는 '실무형 리더'와, 중앙 정치 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정치적 거물' 중 누가 경기도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인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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