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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해설] "탄소도 납품 조건 된다"… 산업 공급망 '탄소 동맹' 시대 본격 ...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IT·자동차 기업들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Scope3 배출량 공개와 재생에너지 사용, LCA(전과정평가) 데이터 제출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즉 앞으로는 완성품 기업 혼자 탄소를 줄여서는 의미가 없고...

[해설] "탄소도 납품 조건 된다"… 산업 공급망 '탄소 동맹' 시대 본격 ...

현대차·삼성·포스코·HD현대 등 8개 컨소시엄 가동… “대기업 혼자선 탄소중립 불가능”

협력사 설비 교체·탄소데이터 검증·LCA 구축 지원… 제조업 공급망 구조 전환 신호탄

2026년 사업 선정 컨소시엄 지원 구조 구분[이미지=산업통상부]

[에너지데일리 윤호철 기자] 글로벌 탄소규제가 공급망 전체로 확산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경쟁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과 품질, 납기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공급망 관리 수준까지 수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부(장관 김정관)가 추진하는 ‘2026년도 산업 공급망 탄소파트너십 사업’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올해 총 98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전자 업종 등 8개 공급망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31개 중소·중견 협력기업의 탄소감축 설비 구축과 탄소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을 지원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 온실가스 감축 지원을 넘어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공급망 전체의 탄소 경쟁력을 관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품 아닌 공급망 본다”… 글로벌 규제 패러다임 급변

최근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공급망 단위 탄소관리’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등 탄소집약 제품의 생산과정 배출량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배터리 규정과 공급망 실사지침(CSDDD), 제품 탄소발자국(PCF) 제도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IT·자동차 기업들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Scope3 배출량 공개와 재생에너지 사용, LCA(전과정평가) 데이터 제출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즉 앞으로는 완성품 기업 혼자 탄소를 줄여서는 의미가 없고 부품·소재 협력사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체가 동시에 저탄소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는 이제 제품 가격보다 공급망 탄소 데이터를 먼저 보기 시작했다”며 “탄소관리 역량 자체가 새로운 수출 자격 요건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1차→2차 협력사까지”… 공급망 연쇄 감축 모델 구축

이번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차·기아 컨소시엄은 연간 7,293톤 규모 감축을 목표로 13개 협력사를 지원한다.

특징은 단순 설비 지원이 아니라 ‘연쇄 지원형 구조’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가 1차 협력사를 지원하고, 다시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 감축 활동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제조업 최초의 공급망 단위 탄소 확산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상신브레이크와 성우하이텍, 화승알앤에이, 세방전지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고효율 공조기와 인버터형 공기압축기, 태양광, 열교환기, 에너지 절감 설비 등을 도입하게 된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과 알루미늄 등 탄소집약 원소재 사용 비중이 높은 데다 EU 배터리 규정과 공급망 실사 규제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2045년 Scope3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향후 완성차 탄소발자국 경쟁이 협력사 감축 수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HL만도 역시 ADAS·제동·조향 부품 공급망을 중심으로 협력사 탄소 인벤토리 구축과 LCA 기반 관리 체계 강화에 나선다.

반도체·전자업계 “탄소 데이터 없으면 글로벌 납품 어려워진다”

반도체와 전자업계는 공급망 탄소 압박이 가장 빠르게 커지는 분야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전자는 협력사 대상 ESG 펀드와 무이자 금융지원, 공정 개선 컨설팅, 제3자 검증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

특히 삼성전자 컨소시엄은 협력사당 최대 50억원 규모 무이자 대출을 지원한다. 네패스와 에이치비테크놀로지, 파워로직스 등은 고효율 진공펌프와 스마트 공조 시스템, 폐열 회수 시스템 등을 구축하게 된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 탄소저감 요구에 직접 노출돼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협력사들과 ‘에코 얼라이언스(ECO Alliance)’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온실가스 관리 체계 구축과 CDP 공급망 프로그램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OLED 패널의 탄소배출 저감 인증 경험을 기반으로 협력사 탄소 데이터 신뢰성 확보에 나선다. LG전자는 협력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ESG 교육과 설비 교체, 데이터 관리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반도체·전자제품 시장에서 제품 탄소발자국 데이터 제출 여부가 글로벌 고객사 납품 유지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철강·조선업 “탄소비용이 원가 된다”… 공급망 압박 확대

철강과 조선산업 역시 탄소규제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화인베스틸과 함께 가열로 효율 개선과 열진단 기술 지원 등을 추진한다.

철강은 국내 제조업 가운데 대표적인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며 CBAM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저탄소 철강 생산 여부가 수출 가격 경쟁력 자체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기자재 협력사를 중심으로 고효율 공기압축기 도입과 에너지 진단, 외부 감축사업 연계 등을 추진한다.  특히 조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탄소집약도 규제 강화와 글로벌 선사의 ESG 공급망 실사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도 이제 선박 자체뿐 아니라 기자재와 후판 생산 과정까지 탄소배출량 검증 요구가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혼자 대응 어렵다”… 정책 지원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공급망 탄소관리 체계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소기업 단독으로는 탄소 데이터 관리와 검증 체계 구축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대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 구조를 만든 점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 기준과 데이터 플랫폼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글로벌 고객사별 요구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 감축설비 투자 확대를 위한 장기 저리 금융과 세제 지원,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계에서는 공급망 탄소관리 정책이 자칫 대기업 중심 구조로 흐를 경우 협력사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 방향이 ▲공급망 공동 감축체계 ▲AI 기반 에너지 효율화 ▲탄소 데이터 공유 플랫폼 ▲저탄소 공정 전환 ▲디지털 기반 ESG 관리체계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최근 제조현장에서는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디지털 탄소 모니터링 기술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DX)과 그린전환(GX)이 동시에 진행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산업 공급망 탄소파트너십 사업이 단순 탄소감축 지원을 넘어 국내 제조업 공급망을 ‘저탄소·데이터 기반 산업체계’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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