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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함영진의 부동산화수분] 아파트 매물 잠김, 해소될 수 있을까

서울 아파트 시장에 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9일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함영진의 부동산화수분] 아파트 매물 잠김, 해소될 수 있을까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시장에 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9일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약 4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해 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종료했고 이에 서울을 비롯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매각 관련 세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현재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추가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3주택자의 실효세율은 최고 82.5% 수준까지 올라간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공급 101㎡를 과거(2008년) 8억 5000만원에 매입해 35억원에 매도할 경우, 2주택자는 유예 종료 이전보다 양도세 부담이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8억 3544만원을 내야 하고, 3주택자는 21억 3000만여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세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시장에서는 ‘차라리 안 판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1일 기준 6만 3227건으로, 지난달 초 7만 2315건 대비 14.3% 감소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 정부 완화책, 세 부담은 그대로

정부도 이런 흐름을 의식해 곧바로 보완책을 내놨다. 핵심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 있는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다. 임차인이 있는 규제 지역 주택 전체로 적용 대상을 넓혀 비거주 1주택자는 물론 일시적 2주택자, 다주택자 역시 세입자를 둔 상태에서 주택을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발표일인 지난달 12일 기준 임대 중인 주택이라면 올해 연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을 경우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다. 허가 이후 4개월 이내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하며, 매수자는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는 기존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되지만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 실제 입주하면 된다.

아울러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 매입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더라도 기존처럼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의무와 금융 규제 간 충돌을 일정 부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만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 잠김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거래 편의성은 일부 개선됐지만 핵심 변수인 세 부담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당장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주택자보다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최근 몇 년간 서울 핵심지에서는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해지며 소유와 거주를 분리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학군이나 직장, 투자 목적 등으로 전세를 준 채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당장 매각하기보다는 향후 실거주를 통해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며 절세를 완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집값 상승 기대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더 급하게 처분할 유인이 약하다.

갈아타기 수요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 규제 지역 대출 규제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는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 수준으로 대출이 제한되고 있다. 서울 핵심지 아파트 가격 수준을 고려하면 상당한 현금 동원 능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입한다고 해서 자금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12억원 주택에 7억원 전세가 끼어 있다면, 규제 지역 담보인정비율(LTV) 40% 기준상 전세보증금이 대출 가능 범위를 초과하기 때문에 신규 대출이 사실상 어렵다. 결국 매수자는 최소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하고, 향후 임차인 퇴거시에는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실거주 유예가 가능하더라도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 증여 급증, 전세 시장 불안 변수

다주택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조치로 임대차를 승계한 상태에서도 매각이 가능해지며 거래 편의성은 개선됐지만, 양도세 중과 자체는 그대로 적용된다. 절세 여부가 중요한 고가주택 보유자로서는 굳이 세금을 감수하며 매도하기보다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집합건물 증여 등기 건수는 2153건으로 전월 대비 55.2% 증가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최고세율 82.5%보다 증여세 최고세율 50%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 시장 영향도 변수다. 정부는 이번 완화 조치가 총량적으로는 전·월세 시장 불안을 크게 키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주택자가 기존 전세 거주 물량을 매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임대 수요가 내 집 마련과 함께 상쇄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역별 수급 상황이 다르고,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와 월세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임차인의 체감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전세 매물 구득난에서 비롯된 전세가 상승은 다시 매매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나 보유세 강화 같은 규제책이 자칫 임대 매물 감소와 월세 전가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정책 설계에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 조치로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을 일부 완화하는 수준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 감소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세 부담과 대출 규제, 공급 부족 우려가 동시에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집 주인들의 선택이 단기간에 달라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주택 시장은 보유세·거래세 개편 방향과 기준금리 향방, 전·월세 가격 움직임, 주택 공급 속도 등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도 단순히 거래 규제 완화 여부보다 세금과 유동성, 공급 전망을 함께 보며 매수·매도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결국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 잠김 해소 여부는 단기 규제 완화보다 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과 공급 안정에 달려 있다.

●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리서치랩장(2024.03.04~재직중)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발전자문위원회 위원 위촉(2023.06.29~2024.06.28)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2018.4~2024.02.20)

▲전 서울시 지방세 세수추계 자문위원(2022.6~2023.12)

▲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2012.11~2018.3)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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