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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화에어로, 항공무장 '심장' 국산화… 장거리 미사일 판 바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9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한화 테크 아카데미 2026'을 열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항공무장 국산화의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장거리 공대공...

한화에어로, 항공무장 '심장' 국산화… 장거리 미사일 판 바꾼다

-22년 축적 ‘덕티드 램제트’ 공개… ‘한국판 미티어’ 현실권 진입

-K9 포탄도 ‘점 타격’ 전환… 항재밍 결합한 정밀유도 체계 구축

29일 중구 한화빌딩에서 진행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테크 아카데미 2026에서 조정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탄약 1팀장이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9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한화 테크 아카데미 2026’을 열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항공무장 국산화의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첨단 포탄 분야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22년간 축적해 온 기술 역량을 처음으로 외부에 드러낸 자리였다. KF-21 등 국산 전투기에 탑재할 ‘우리 손으로 만든 무장’을 갖추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의 무게중심은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추진기관’에 놓였다. 비행 중 빨아들인 공기로 고체연료를 태워 추력을 얻는 방식으로, 별도의 산화제를 탑재할 필요가 없어 그 공간만큼 연료를 더 실을 수 있다. 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급가속과 고속 유지가 가능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심장’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이 기술이 적용된 양산형 미사일은 유럽 방산기업 MBDA의 ‘미티어(Meteor)’가 사실상 유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05년부터 ADD 주관 과제를 통해 추진제·가스발생기·연소기 등 핵심 구성품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정부 주도의 장거리 공대공·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조복기 PGM연구소 체계종합1팀 책임연구원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적보다 먼저 보고 먼저 쏠 수 있어야 한다”며 “고체 추진방식 대비 같은 중량으로 훨씬 효율적인 추력을 내는 덕티드 램제트가 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추진기관 개발을 총괄하는 조정태 추진탄약1팀장은 “지난 20년간 ADD 주관 과제를 통해 노즐일체형 부스터, 가스발생기, 덕티드 램제트 추진제, 연소기 종결막 등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며 “산화제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업체이자 점화장치·파일로 컷터 등 99.9% 신뢰도를 요구하는 부품까지 단일 사업장에서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한화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난제도 숨기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고속으로 유입되는 공기 속에서 점화와 연소를 유지하는 것이 ‘태풍 속 촛불을 꺼뜨리지 않는 일’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발표자는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니다”라며 “체계 차원에서는 영하의 환경과 수백 도에 이르는 공력가열, 여기에 복잡한 전자전 상황까지 동시에 견뎌야 하는 복합적인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다목적 공중발사 초음속 순항미사일 핵심기술 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항공무장에 적용되는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 시제의 비행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마하 5 이상 영역에서 작동하는 스크램제트(Scramjet) 기반 ‘하이코어’ 사업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병행해 극초음속 무기체계 개발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축은 K9 자주포에 쓰이는 155mm 포탄의 정밀유도화다. 김정훈 추진탄약2팀장은 “현재 전장의 핵심 요구는 ‘더 멀리서, 먼저, 더 정확하게’ 타격하는 것”이라며 정밀유도포탄과 탄도수정신관 두 축의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정밀유도포탄은 GPS(위성항법)와 INS(관성항법)를 결합한 통합항법장치와 유도제어장치, 꼬리날개를 탑재해 비행 중 궤적을 수정하며 목표로 유도되는 구조다. 길이 1m 이내, 사거리 50km 이하 조건에서 미국 M982(엑스칼리버)에 준하는 성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2년간 유도조정 알고리즘을 따라잡는 ‘캐치업’ 연구를 수행했으며, 올해부터는 정부 주도의 개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탄도수정신관은 기존 재래식 포탄의 신관만 교체해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저비용 고효율’ 솔루션이다. 통상 50km 사거리에서 300m 이상 벌어지던 탄착 산포를 50m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선거리 기준 서울 도심에서 인천공항에 이르는 거리에서도 50m 이내로 탄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들 무기에는 모두 적의 전파교란에 대응하는 항재밍(Anti-Jamming) 기능이 국내 기술로 통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엑스칼리버가 러시아의 재밍 공격으로 명중률이 저하됐다는 평가가 제기된 만큼, 우리 군은 초기 단계부터 항재밍 성능을 핵심 요구 조건으로 반영해 왔다는 설명이다.

해외 의존도 문제도 짚고 넘어갔다. 김 팀장은 “위성항법·관성항법 통합장치(GINS)를 비롯한 일부 핵심 부품은 여전히 특정 국가와 업체에 생산이 제한돼 있다”며 “이들 분야는 정부 주도로 국산화 개발이 진행 중이고, 그 외 구성품은 사실상 국산화가 완료된 상태”라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정부 및 협력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첨단 방위 기술의 국산화에 적극 참여해 자주국방과 K방산 수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KF-21 등 국산 전투기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항공무장을 결합한 ‘패키지 수출’이 글로벌 전투기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주포의 ‘면 타격’이 ‘점 타격’으로 진화하고, 전투기 사거리 밖에서 적기를 요격하는 ‘한국판 미티어’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K방산이 ‘플랫폼 수출국’을 넘어 ‘무장 솔루션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가 향후 수년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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