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성 조달로 재무개선 속도 유지
사진=한화솔루션 제공
한화솔루션이 2조4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1조8천억 원으로 줄였다. 주주 반발을 반영한 수정안이지만, 핵심은 증자 축소분 6천억 원을 투자자산 매각과 자본성 조달로 메운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을 낮추면서도 재무개선과 성장투자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구조 설계다.
17일 한화솔루션은 이사회를 열고 증자 규모를 6천억 원 줄이는 대신, 투자자산 유동화와 해외법인 자본성 조달 등으로 부족 재원을 연내 확보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발행 주식 수는 7200만 주에서 5600만 주로 줄고, 증자 비율은 41.3%에서 32.1%로 낮아진다. 1주당 신주 배정은 0.33주에서 0.26주로 감소한다.
증자 자금 사용처도 조정됐다. 당초 채무상환 목적 1조5천억 원은 9천억 원으로 줄었고, 미래성장 투자 9천억 원은 그대로 유지한다. 축소된 6천억 원은 자산 매각 등 자구책으로 대체해 부채비율 목표는 기존 계획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복안이다.
한화솔루션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연결 당기순이익의 10%를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보통주 기준 주당 배당금이 300원 미만이어도 최소 300원을 지급한다. 향후 4년간 창출할 영업현금흐름 13조8천억 원 중 6천억 원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배정한다.
2030년까지 추가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명문화했다. 증자 축소로 재무개선 속도가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자산 매각과 영업현금 창출로 부채비율을 2026년 150% 이내, 2030년 110% 이내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순차입금은 2026년 9조7천억원, 2030년 7조원 수준으로 낮춘다.
김승연 회장은 5월부터 한화솔루션에서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 최고경영자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상징 조치다. 남정운 케미칼 부문 대표와 박승덕 큐셀 부문 대표는 "증자 규모와 배경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으로 자구책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래성장 투자 9천억 원은 태양광 차세대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파일럿 라인 업그레이드에 1천억 원, 대규모 양산 라인 구축과 탑콘 생산 능력 확대에 8천억 원을 배분한다. 탠덤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높아 태양광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한화솔루션은 2019년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모듈 공장을 세웠고, 카터스빌에는 미국 유일의 태양광 통합 생산시설 솔라허브를 구축했다. 올해 3분기 카터스빌 셀 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세액공제(AMPC)가 잉곳·웨이퍼·셀·모듈 전 밸류체인에 적용돼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 진입한다.
2028년 초부터는 대면적 탑콘 셀을 생산해 달튼 공장에서 모듈로 제조·판매하면서 추가 AMPC를 확보한다. 탑콘은 탠덤의 하부 셀로도 쓰여 향후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외에 전력 인프라용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삼는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전기차 확산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송·배전 인프라 고도화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고내열·고효율 특성을 가진 전선·케이블 소재는 전력망 구축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의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전환 기조와도 맞물린다. 한화솔루션은 전력 생산 분야를 넘어 송·배전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그룹 내 에너지 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핵심 소재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화솔루션은 4월 21일 경영진이 직접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나 증자 기대효과와 성장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연다. 이후 1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를 열고 국내 기관투자자 및 증권사 개인투자자 담당 직원과 만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의 수정안은 주주 희석 부담을 낮추면서도 재무개선과 성장투자를 동시에 유지하는 절충안이다. 자산 매각과 자본성 조달이 계획대로 실행되는지, 페로브 탠덤 양산이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이넷뉴스 임효정 기자(im@enetnews.co.kr)
댓글
0